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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던 장기연휴 개원가 “남은 건 한숨”

열흘 간 업무공백 인해 경영 압박 커져
요식업계도 ‘연휴=대목’ 공식 깨져 울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열흘 남짓의 연휴가 끝나고 일선 개원가에 한숨이 늘고 있다. 재충전의 시간은 달콤했지만, 그 뒤에 따르는 경영의 압박이 가볍지 않은 탓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A치과. 이 치과의 원장은 모처럼 가족과 여행을 즐기면서 긴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지만 당장 열흘간의 경영 공백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긴 연휴를 앞두고 9월 20일 께 이후에는 수술이나 복잡한 치료를 연휴 뒤로 미뤄서 매출도 크게 떨어진 상태인데다 보험청구 역시 9월에 대한 청구를 하면 보통 10일 께 들어오는데, 이번 연휴에 심평원, 건보공단도 업무를 하지 않아서 20일 지나서 들어올 것 같다. 당장 임대료나 직원 급여 등 고정된 지출은 지난달과 똑같은데, 이번 달 잔고는 확연히 달라서 말 그대로 큰일이 난 상황이다.”

관악구에서 개원하는 B원장의 걱정도 간단치 않다. B원장은 “10일이면 4대 보험이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날인데, 9일까지의 수입이 0원이니 이번 달은 개원의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에게 잔인한 달이 될 것 같다”면서 역시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 퇴직금 받아 여행 꿈꾸는 직원도

실제 사상 최장기로 기록될 장기연휴에 따른 여파가 치과병의원을 울상 짓게 하고 있다.

보통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10월의 특성상 1개월 구간의 3분의 1이 업무 공백상태가 되면, 매출 공백을 메우는 것이 힘들어 지는 것은 물론 업무의 동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개원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의료계는 아니지만, 연휴 매출의 지표가 되는 외식업계의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이번 연휴는 보통 ‘연휴=대목’이라는 전통적인 공식이 깨진 기간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연휴 기간 인천공항을 이용한 해외여행객이 200만 명을 넘는 등 ‘국내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아예 영업 자체를 포기한 업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업계와 기본적으로 상생할 수밖에 없는 일선 개원가 입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달갑지 않다. 강남구의 C원장은 “공식적으로 휴일이 아닌 날에 진료를 구상하기도 했는데, 유동인구나 예약 상황이나 전혀 수지가 맞지 않을 것 같아 아예 전부 휴진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문제는 3분의 1을 휴진했다고 해서 매출도 비슷하게 3분의 1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타격이 훨씬 크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적된 고정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매출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벌충하기 위해 미뤘던 진료 예약이나 발생하는 신환을 흡수하기 힘든 것도 문제라는 것.

이런 현상은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일부 대학병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진료과들이 외래 진료를 하지 않고 응급실 등 최소한의 진료활동만 해 경영의 타격이 크리라고 예측했다. 더구나 휴일 근무 수당은 통상임금의 200%로 책정이 되는데 근무수당과 같은 고정급여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규모가 큰 병원 입장에서는 큰 고민이다.

하지만 입장이 다른 봉직의(페이닥터)나 스탭들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급여를 받으며 노동력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연휴는 길면 길수록 좋은 게 인지상정. 강원도 D치과의 한 중견 스탭은 “대체공휴일도 쉬기로 결정했고, 연휴 자체가 길기 때문에 직원들로선 그만큼 적게 일하고, 명절 보너스까지 나오는 이런 황금연휴가 꿀맛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남는 법. 진료를 지휘해야 하는 원장 입장에서 직원들의 ‘연휴 후유증’은 달갑지 않다. 서울의 E원장은 “연휴가 워낙 기니까 유럽에 여행 다녀온 직원도 있는데, 이런 직원은 시차적응도 덜 됐고 여행의 단꿈에 아직 젖어 있어서 진료를 버거워 하는 게 사실”이라며 “국내에만 있었던 직원은 이런 얘기를 듣고 ‘1년 채워서 퇴직금 받아 여행가야지’라고 얘기도 한다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