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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전문의, 추자도 강태공이 되다

[ 특별기획 ] 공중보건의 동행 취재③ 한병희 추자도 공보의


공보의 기간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
이 순간 순간을 즐기며 살자 생각한다


주민 진료에 보람, 따뜻한 인정에 감동
주말엔 제주도 올레길
트레킹 행복해~


한병희 공보의를 제주항 2부두에서 만나 같이 배를 타고 추자도로 들어가기로 한 지난 9월 11일 아침은 꽤 거센 바람에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른 아침 한병희 공보의에게 문자가 왔다.

‘아침 배는 파도가 높아 결항이라 오후 배를 타야 합니다. 7부두 국제여객터미널로 오후 1시 20분까지 오세요.’

기자는 제주시내 한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시간을 보냈고, 나중에 들어보니 한 공보의도 근처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오후에 만나 레드펄호를 타고 두 시간에 걸쳐 추자도로 들어갔다. 배 안에서 간단한 약력 인터뷰를 마치고 같이 나란히 누워 낮잠을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녹색의 나지막한 산이 펼쳐진 하추자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추자도는 상추자와 하추자 두 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다. 제주도 본섬과 전라남도의 중간에 위치한 이 섬은 3000여명 정도의 주민이 사는 섬으로 제주도 갯바위 낚시의 메카라 불리며 많은 낚시꾼이 찾는다.

“벌써 6개월째 살고 있는 섬입니다. 이제 이렇게 배를 타고 가는 풍경이 익숙하네요. 하추자에서 차를 타고 조금만 돌아 들어가면 보건지소가 있는 상추자가 나옵니다. 날씨가 좋은날은 산책 겸 걸어가도 좋을 거리에요.”

연세치대를 졸업하고 연세치대병원에서 교정과를 수련한 한병희 공보의는 전문의가 으레 가는 군의관 대신 공보의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지방에서 보내야만 하는 세월이라면 이왕이면 제주도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어 제주도 근무를 지원했다고.

“그래도 추자도 보건지소로 배치될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제주시내에 있었으면 했거든요. 그래도 추자도에 살아보니 참 매력 있는 섬입니다. 이 작은 부두에 있는 식당들을 하나하나 섭렵하며 퇴근 후에는 낚시도 하고 운동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 부족한 치의학 공부나 영어공부를 하기도 하고요.”

추자도 보건지소는 전체 길이 1km 정도의 ㄷ자 모양의 상추자항의 초입에 위치해 있는 2층 건물로 의과, 치과, 한의과 공보의들이 근무하고 있다. 추자도에는 추자한의원이라는 한 개의 사설 의료기관 외에는 이 보건지소가 의료시설의 전부라 추자도민들의 의지도가 크다. 치과환자는 보통 하루 8명 정도 진료하고 있는데, 수시로 근처 초등학교와 노인정으로 출장 진료 및 구강보건교육을 하러 나가기도 한다.   

한병희 공보의는 “원래 교정과 전공이라 일반진료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 와서 일반진료를 많이 할 수 있게 돼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섬사람들의 구강상태는 사실 별로 좋지 않고,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는 보건지소에서의 진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제주도로 나가시라 얘기한다. 분명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한 공보의는 근무지 배치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응급환자로 실려 온 관광객을 의과 공보의들과 번갈아 가며 CPR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낚시를 하다 바다에 빠져 의식을 잃은 환자는 결국 숨을 거뒀다. 제주도 무인도 갯바위 낚시나 선상 낚시중 잠시 방심하면 벌어질 수 있는 사고다. 한 공보의는 “치과의 경우 응급환자가 오는 경우는 적겠지만 그래도 평소 긴장감을 갖고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한병희 공보의는 추자도 생활을 하며 운동에 취미를 붙이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했다. 바쁜 본과, 수련의 시절에는 여유를 낼 수 없었는데, 공보의 생활을 하며 헬스, 조깅에 취미를 붙여 체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주말이면 제주도에 나가 올레길 트레킹을 합니다. 최대한 많은 올레길을 돌아보는 것이 목표죠. 치과진료를 하다 보면 분명 근력과 체력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을 느끼기에 운동이라는 취미를 공보의 기간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한병희 공보의는 2주에 한 번씩은 아내가 있는 서울로 향한다. 그의 아내는 대학 후배로 현재 동 대학 치과병원에서 보철과 수련을 받고 있다.

“아내가 한번 추자도에 왔었어요. 보철 관련 치료가 대부분인걸 보고 ‘나에게 더 맞겠는데’라는 말과 ‘참 심심하겠다’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직 신혼인데 2주에 한번 아내를 보니 더 애틋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한병희 공보의는 “추자도에 오기 전 섬사람은 막연히 거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추자도민들을 직접 접하고 보니 그렇지 않다. 참 따뜻하고 정이 많다”며 “추자도는 제주도 보다는 남도의 정서가 더 강한 곳이다. 제주도와 남도를 함께 느끼며 살고 있다. 공보의 기간,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 순간 순간을 즐기며 살자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재미를 느끼며 공부한 교정학은 또 나중에 즐겁게 일하며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 공보의는 “추자도 특산물은 굴비다. 여기 살다 보면 조금 상처 난 굴비를 싸게 사는 노하우도 생긴다. 또 낚시대만 던지면 참돔 같은 고급생선이 쉽게 올라오고 고등어 정도는 직접 반찬으로 잡아 먹는다”며 “기자님도 이 섬을 기억하고 있다 다음번에는 낚시를 한번 하러 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