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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깎아주세요” 할인요구에 개원가 한숨

본인부담금 할인·면제는 불법 행위
과도한 비급여 할인도 의료법 위반
치협, 포스터 제작 적극 활용 독려

개원가의 출구 없는 과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환자들의 무분별한 할인 요구에 개원가의 시름이 깊다.

서울에 개원하고 있는 A 원장은 “틀니, 임플란트 등 노인 치과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본인부담금 관련 환자와의 시비가 늘고 있다. 환자들이 당당하게 본인부담금을 얼마까지 깎아줄 것이냐고 물어 황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원장은 “환자들이 치과에 방문하기 전에 이미 다른 치과의원로부터 본인부담금을 깎아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인을 요구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본인부담금을 정부에서 정해준 대로 받지 않으면 불법이라고 이야기해도 이해하려고 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인색하고 나쁜 원장이 돼버린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해당 원장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일 때문에 동료를 험담하기도, 그렇다고 해당 치과를 고발하는 것도 마뜩잖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관행에 대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B 원장은 “법적으로 정해진 수가조차 할인하는 행위는 자신만 살자고 동료를 어렵게 하는 일이다. 결국엔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부메랑이 돼 공멸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보험 진료의 경우에는 십 원 한 장까지도 받고 있다. 이런 풍토가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원장은 “지인의 소개로 내원한 환자가 왜 진료비를 전부 다 받느냐고 물어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지인 소개로 오는 환자가 오히려 불편할 때가 있다. 보통 소개로 오면 어느 정도 할인을 바라는 속마음이 있는데 차라리 모르는 환자가 오는 게 속 편하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 비급여도 과도한 할인은 불법

치협에서는 일반적이진 않지만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본인부담금 할인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치과의사 및 진료 스탭 그리고 환자의 인식을 개선하고,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본인부담금 할인으로 인한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본인부담금 할인이 불법임을 알리는 포스터를 제작해 각 지부를 통해 배포한 바 있다.

치협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는 물론 교정, 보철 등 비보험진료와 보험진료를 함께 시술하는 경우에도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인 만큼 회원들이 이를 주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포스터를 환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부착해 놓으면 환자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본인부담금 할인 및 면제 금지에 대해 국민과 회원을 대상으로 홍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포스터는 ‘협회 홈페이지(www.kda.or.kr) -> 치과의사 전용 -> 개원114 -> 건강보험홍보실 -> 본인부담금 할인 및 면제 금지 안내문’에서 PDF 또는 JPG 파일로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환자 유치를 위해 금품 및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급여뿐만 아니라 비급여의 과도한 할인 또는 면제 행위도 의료법 위반이므로 개원가의 주의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스스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비용이 인건비·장비료·임대료·치료재료대 등을 고려했을 때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유인성이 과도해 보건 의료시장 질서를 해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무료 진료를 홍보하고 환자를 유치하는 것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저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12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위헌이라며 낸 모 산부인과 의사의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