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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푸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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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섭던 겨울 추위 속에서도 입춘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주일마다 찾는 청계산속의 잎새 하나 없이 바싹 매말랐던 나무가지에서 미세하게 새순이 돋는 것이 보이는 것이 엊그제였는데, 진달래, 개나리, 철쭉의 꽃들이 인사를 하고 스쳐 지나가고, 이제는 무성하게 초록의 향연이 산을 꽉 채우고 있다. 그렇게 푸르름이 감싸 안은 산속의 모습이 우리의 가슴을 적셔주듯이 이 세상에는 여전히 우리가 볼 것이, 그리고 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오르고 싶으면 오를 수 있는 산이 있고, 산에서 만나게 되는 높고 청명한 하늘과,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따듯한 햇살, 그리고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 발에 닿는 땅의 감촉, 그리고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산을 오르내리는 동료들, 이런 모든 것들은 나에게 기쁨을 주고 언제나 삶의 활력을 주는 감사의 거리이다.

매일 출근해서 하루를 보내는 치과 안에서도 창문너머에 보이는 하늘과 가로수의 풀잎들도 예외 없이 마찬가지의 변신을 하는 것이 보인다. 겨우내 다소 적막했던 분위기에서 활력의 모습이 넘친다. 울먹이는 환자아이와 실갱이를 벌이면서 한 참을 보내다가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면 완전히 건물 안쪽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며 실내의 좁은 공간에 몸은 있지만 마음은 넓은 밖으로 내달리게 된다. 점심식사를 한 후에 가볍게 걸어보는 탄천 산책로의 분위기 또한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는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푸르름이 충만한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이 있으니 우리가 자연에만 감탄하면서 지낼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면서 감사를 해야 할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되새긴다.  어린이날 즈음에는 병원을 찾아주는 많은 아이들이 알려주는 해맑은 미소를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어버이날에는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생각하면서, 팔순을 훌쩍 넘겨버리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고 주위 지인분들의 부모님 상갓집에 조문을 다녀오면서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초조함을 느끼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또한 석가탄신일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날이라는데, 교회를 섬기는 입장이라 종교적인 내용은 떠나서 해탈의 경지와 지혜를 타인에게 흘려보내셨다는 부처님을 생각해보며 우리도 우리의 생각의 영역을 좁지 않고 크고 넓게 가져보려는 생각으로 이날을 의미 있게, 그리고 새롭게 느껴보려 해본다.

뉴스에서 요즘은 역사상 유래 없었던 남북한의 관계개선에 대해서도 보도해주면서 세상 속에서 벌어진 좋은 일, 나쁜 일들을 연일 보도해준다. 이러한 주위상황 속에서도 올해 5월은 푸르름이 나와 우리의 가슴속을 풍요롭게 감싸 안아주면서 에너지를 부어주어 매일 진료실에서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에서 시선을 돌려서 그 에너지를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해본다. 나의 일신의 안녕도 기원하고, 가족들과 지인들의 행복도 부탁하고,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온 세계 인류를 위한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도 떠올려 본다. 이렇게 올해의 5월은 해마다 왔다가는 그런 5월보다 더욱 의미있고 더욱 더 푸르른 5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