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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1개소법 ‘합헌’ 힘 싣는 대법원 판결 주목

3개 치과의원 동시 운영 치의 유죄 확정 판결
추가개설 기관서 ‘의료행위’ 아닌 ‘운영’만도 ‘위법’

1인 1개소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위헌법률심판 결정이 오는 7, 8월 안에 내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인 1개소법의 ‘합헌’에 힘을 싣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대법원은 최근 자신의 명의로 치과의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이와 별도로 다른 치과의사들의 명의를 빌려 두 개의 치과의원을 개설·운영해 오다 사기, 공무상 표시 무효,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상고심을 제기한 A 치과의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애초 검찰은 A 치과의사가 자신 명의의 치과의원 외에 명의를 빌려 개설한 두 개의 치과의원에 대해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판단해 사기, 공무상 표시 무효,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특히 이번 사건을 판결하면서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과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을 근거로 1인 1개설·운영 원칙에 반하는 ‘중복 개설’과 ‘중복 운영’을 명확히 구분, 판시해 주목된다.


대법원은 먼저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해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 사항에 관해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면 ‘중복 개설’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1인 1개설·운영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이번 판단이다.


대법원은 아울러 ‘중복 운영’ 여부를 판단할 때는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 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원심은 피고인 A 치과의사가 자신의 명의로 치과의원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이와 별도로 다른 B 치과의사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C와 D 치과의사의 명의를 빌려 C치과의원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인정돼 이 사건의 공소사실 중 1인 1개설·운영 원칙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원심의 이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7, 8월 위헌법률 심판 코앞... 헌재 위헌 판결 부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변호사(선임 전문연구위원)는 “이번 판결은 지난 2012년 1인 1개소 조항을 강화한 법 개정 이후, 지난 2016년 관련 판결에 이어 나온 두 번째 대법원 판결로 의미가 크다”면서 “과거 대법원은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 이외에 추가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할 때만 1인 1개소 조항(33조 8항)에 위반된다고 판결했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추가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중복 개설·운영만 하더라도 1인 1개소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사법기구는 '대법원'과 '헌재'다. 대법원에서 최근 이 같은 판결을 내렸는데 헌재가 의료법 33조 8항을 위헌으로 판단해 조항 자체를 없애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이번 판결 내용을 존중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변호사는 “헌재 재판관 9인 중 5인의 임기만료가 오는 9월 18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전에 선고가 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헌재 판결 선고가 있는 만큼 오는 7월 26일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8월은 휴가기간이라 판결이 나지 않을 가능성 크다”며 “이때 선고가 나지 않을 경우 다음 재판부로 넘어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