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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에 젖어드는 몽환적인 바다산책길

패밀리 바캉스 걷기여행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신라 천년고도 경주는 유적지 가득한 시내를 벗어난 동쪽 해안에도 고대국가의 흔적이 적지 않다. 경주 봉길해변 앞바다의 대왕암이 삼국통일을 이뤄 남북국시대를 연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이고, 그 부근에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감은사지가 있다. 그곳에는 한국 석탑사에 기념비적 작품으로 칭송되는 감은사지 삼층석탑이 쌍탑으로 웅장하다. 또한 감은사지에서 바다 쪽으로 나가면 죽어 용왕이된 문무왕과 김유신이 보내준 만파식적을 건네받았다는 이견대 정자가 자리하며 ‘경주바다 전설의 트라이앵글’을 완성한다.

이번에 소개할 길은 전설의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남쪽으로 5km떨어진 읍천항을 출발점으로 하는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다. 이 길은 경주지역에서 동해안 드라이브를 즐길 때 앞서 열거한 세 곳의 유적지와 함께 반드시 차를 세우고 두발로 걸어봐야 할 곳이다. 걷는 거리는 편도 2km이고, 갔던 길을 되짚어와도 왕복 4km 정도로 결코 길지 않지만 느낌이 매우 강렬한 명품길이다.



부채꼴 주상절리로 화룡점정 찍는 국가지질공원

2017년 8월 환경부 지정 국가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린 이곳에는 인류가 나타나기 한참 전인 신생대 3기(약 2천만년 전)에 형성된 주상절리대가 길게 늘어섰다. 주상절리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경관을 따라 조성된 이 길은 개장 직후부터 동해안의 핫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수년 간 공사를 진행해오던 주상절리 전망타워가 작년 하반기에 오픈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들이 더욱 늘어났다.

파도와 어깨동무하며 걸을 만큼 바다에 가까이 붙어 가는 이 길은 변화무쌍한 경관변화로 수시로 탄성을 자아낸다. 여기에 곳곳에서 모양이 달라지는 동해안 최대의 주상절리가 경관포인트를 만들며 찾는 이들의 만족도를 급상승 시킨다.

북쪽 읍천항에서 걷기를 시작하면 얼마 안가 출렁다리를 건너고 곧바로 주상절리 조망공원의 전망타워가 보인다. 전망타워는 동해안 주상절리의 꽃으로 불리는 ‘부채꼴 주상절리’를 명확하게 굽어볼 수 있도록 세워졌다. 일반적인 주상절리가 기둥처럼 열을 지어 서 있거나 혹은 떡가래 쌓아놓은 것처럼 바닥에 널려있다면 부채꼴 주상절리는 말 그대로 부채살 펼친 듯 가지런한 곡선을 그리며 누웠다. 

또 이 길에는 어둠이 내릴 즈음 야간산책을 위한 경관조명이 켜져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밤바다 산책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야간조명의 강도도 적당하여 밤바다의 물빛과 아련히 들리는 파돗소리, 쉼 없이 불어대는 바닷바람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빠른 속도전에 지친 경쟁적인 삶의 스트레스를 몸 밖으로 밀어내기에 충분한 휴식의 공간을 이 길은 제공한다. 



보이는 주상절리, 들리는 파도소리의 하모니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눈으로 보는 주상절리와 귀로 듣는 파도소리의 조화로움에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는 길이다. 북쪽 끝인 읍천항에서 걷기를 시작해도 되고, 남쪽인 하서항에서 첫걸음을 떼도 아무 상관없다. 양쪽 모두 주차장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고, 왕복해서 천천히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관람시간을 포함해 충분하다.



북쪽 출발점인 읍천항은 오래 전에 조성된 벽화들이 가벼운 볼거리를 연출하고, 남쪽 출발점인 하서항은 본래 조용하던 포구가 파도소리길이 열리며 북적이는 방문객들로 펜션과 식당 등이 여럿 들어섰다. 또 하서항 북쪽 방파제는 사랑의 굳은 맹세를 담은 자물쇠를 채우는 ‘사랑의 자물쇠’ 시설을 해놓아서 연인들의 방문욕구를 북돋운다.

하서항에서 파도소리길 시작지점인 해비치펜션 담장길 100m 구간은 파도소리길 중에서 바다에 가장 근접한 곳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구간은 강한파도의 충격을 막는 테트라포트 위에 조성되었다. 따라서 길 바닥을 보고 젖어 있는 곳은 간혹 큰 파도가 칠 때 바닷물이 넘어 들어오는 곳이므로 그런 곳을 피해서 담장 쪽으로 붙어 걷는 것이 좋다. 길 시작점과 종점 모두 식당과 숙소 등이 있고, 길 중간에도 대형 매점시설이 들어섰다.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