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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처럼 줄지어 선 봉우리 몸도 마음도 “훨훨”

스페인 피레네 산맥 트레킹
“멋진 자연공원의 매력에 흠뻑”


지난 7월말 8월초 서울의 폭염이 한창이었을 때 6박5일간 트레킹한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방의 높은 ‘피레네 자연공원’은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380여 킬로미터 거리에 북쪽은 프랑스, 동쪽으로 안도라, 남서쪽은 카탈로니아에 둘러 싸여있는 지역을 말한다. 계곡의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해발 1천 미터의 타바스칸을 중심으로 이번 트레킹이 이루어졌다.

# 길가에 꽃들과 나비가 춤을 추고

첫날은 휴양지 주위 옛 산골 동네를 한바퀴 도는 6시간 일정의 몸 풀기라고 하였는데 8시간 걸렸으니 이번 트레킹이 간단치 않음을 예감하였다. 옛날 집들은 벽도 지붕도 모두 돌로 지어졌고 집들도 산비탈이라 많지 않은데 백년이 넘었다는 교회가 보존되어 있었다. 길가에는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고 온갖 나비가 춤을 추었다. 생소한 풀과 약초 나무들을 가이드는 설명하기 바쁘다.

이번 트레킹 일정은 나와 외손자, 미국에서 온 세 모녀, 뉴질랜드 아줌마 이렇게 6명의 단출한 인원이었다.



둘째 날은 세르타스칸 호수를 찾아가는 날. 차로 10여 분 가서 9시부터 침엽수, 자작나무 숲 속을 1시간 여 걸었는데 경사도 완만하고 흙길이라 걸을 만 하였다. 차츰 나무가 작아지고 뙤약볕이 내려 쪼이고 다음은 바위 길이 계속되었다. 풀이 있는 지역은 습지 같이 미끄러지고 철분이 많은 붉은 구들장 같은 돌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걷기가 힘들었다. 돌들이 사람 신발에 닳아 반짝거렸다. 3시간여만에 작은 호수 옆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간식 먹고 물통에 물을 채웠다.

세르타스칸 호수는 대피소 바로 위에 있었다. 이 자연공원에서는 제일 큰 호수다. 크기는 백두산 천지에 비할 바 안되지만 높이는 해발 2천2백 미터로 천지와 비슷하다. 바람이 부니 파도소리가 들렸다.

호수가 초원지대에는 수십 마리의 소떼가 풀을 뜯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돌로미티공원이나 알프스 몽블랑 트레킹에서도 초원지대에서 풀 뜯는 광경은 비슷하다. 한가한 목가적인 풍경이지만 주위에 널린 배설물들은 별로였다. 호수가 사방이 산으로 둘러있어 어디로 내려가는지 궁금하였는데 제일 높은 곳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아닌가. 겨울에 쌓인 눈이 남아있는 계곡을 몇 번 넘어서야 세르타스칸 고개(2585M)에 올랐다. 출발 5시간 만이다. 오른쪽 능선을 오르면 프랑스와의 경계인 세르타스칸 산(2852M)인데 한시간 삼십분이면 등반가능하다는데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산을 오를 때는 계곡을 따라 오르면서 능선을 넘고 조금 내려갔다가 다른 능선으로 오르면서 높이 올라가는데 오늘은 한번도 내리막 없이 꼴찌로 따라가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5시간에 올라왔다. 너덜길을 한시간 가량 내려와 블라우스 호수에 발 담그고 휴식. 하산길도 경사가 심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풀 숲이 우거지고 길도 좁아 힘들었다. 수분 증발이 심하여 물을 2L 정도는 먹은 것 같다. 오늘은 9시간 걸었다. 설악산 천불동 계곡에서 대청봉에 올랐다가 백담사 계곡으로 하산하는 산행과 비슷한 것 같다.

3일 째는 벤트라우 봉우리(2853M)를 비롯하여 3개의 봉우리를 오를 예정이었으나 일행이 힘들다 하여 3시간이면 닿는 2천미터 높이의 델 포르트 호수에서 수영도 하고 피레네 산맥에서의 여름을 즐겼다. 산의 날씨가 오후에는 바람이 불어 앉아서 놀기는 그만이었다.

이 자연공원은 최고봉인 피카 드 에스타츠 3143미터이고 프랑스와 경계인 주능선은 2천 8백여 미터의 산맥이며 2천 5백~6백 미터의 지맥들이 많이 뻗어 있어 계곡이 깊었다.




# 작은 돌탑의 방향 표시 ‘눈길’

주요 등산로마다 표시판이 설치되어 있고 바위길이나 숲길에는 스페인 국기를 그려 방향 표시를 하였다. 또한 헷갈리기 쉬운 곳은 작은 돌탑을 쌓아 놓았다.

4일 째는 나만 하루 쉬고 오후에 차로 볼페레라 산장 (1905M)에서 산행을 마친 일행과 합류하였다.

저녁에 산장에서 등산객들끼리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도 카탈로니아 분리 독립과 반대파의 싸움이라고 한다. 우리 가이드도 카탈로니아의 독립을 적극 찬성하는 사람으로 여행중에 한번도 스페인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고 “가난한 스페인 사람”이라고 표현하였다.

트레킹 끝나고 바르셀로나로 계곡을 내려오는데 길가에 서울에서 많이 본 노란 리본을 빨래줄같이 걸어 놓기도 하고 건물 앞에 노란 리본을 장식해 놓기도 하였다. 분리 독립하다 구속된 정치인들의 석방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 날은 제일 높은 봉우리 피카 드 에스타츠에 오를 계획이었으나 일행들이 전날 너무 지쳐 목적지를 안도라 국경 지대인 발라우 호수로 정하였다.

산장에서 뒤쪽 능선으로 오르면 피카 드 에스타츠 봉우리로 가는 길이고 우리는 왼쪽 계곡 길로 완만한 경사의 숲 속 길을 걸었다. 숲이 끝나는 지역에는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왼편으로는 프랑스와 국경을 이루는 2천8백여 미터의 봉우리 들이 병풍처럼 줄지어 있다. 3시간여만에 아스코스베스 호수에 도착. 호수에 비친 하늘의 구름과 경치가 실제보다 더 멋진 풍경이다. 30여분더 걸어 발라우 호수에 도착. 호수 위에는 무인 대피소(2517M)가 있었다. 대피소 바로 위 발라우 봉우리 (2883M) 옆의 고개(2779M)를 넘으면 안도라 지역이다. 우리와 같은 길을 오르는 모녀는 산장에서 하루 쉬고 안도라로 갈 예정이란다. 6시간 산행이었다.

이번 트레킹은 산봉우리를 오르지는 못하고 계곡과 능선 특히 멋진 호수들만 돌고 온 여행이 되었다. 이 공원에 큰 호수가 87개, 작은 호수가 94개 있다.

5일의 산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경력 3년의 가이드가 의욕이 지나쳐 무리한 계획을 세웠는지 아니면 운영의 미숙함 인지 모르겠다. 또 내 나이 탓으로 매번 꼴찌하여 일행들에게 미안하였는데 일행들은 나 때문에 그래도 쉴 시간이 있었단다.

힘든 일정이 걸을 때는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이 자연 공원이 갖는 이상한 매력이었다. 여태껏 많은 여행중에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기회가 되면 스페인에서 프랑스를 넘는 피레네산맥 횡단 여행을 해보고 싶다.

작년 몽블랑 트레킹에 이어 이번 여행 내 같이 한 캐나다에서 와서 공항에서 상봉한 외손자가 대학생 답게 씩씩하게 트레킹을 끝내 흐뭇하였다.



김정균 원장(김정균 치과의원·치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