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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마웠던 직원

시론

5년 전이였다.
이제 막 졸업한 신입 위생사가 면접을 왔는데, 급여는 얼마를 주는지, 식대는 포함이 되었는지, 월차 연차는 어떻게 되는지 아무런 다른 조건도 없이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고마워서 당장 채용을 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5년 동안 성실하게 병원을 지켜준 치과위생사가 있다.

돌이켜보면 같은 공간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게 되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동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같이 참 많이 겪은 것 같다.

좋은 환자 분들이 고마워하며 감사의 표시로 먹을 것이나 인사말을 전할 때는 같이 기뻐하고 환자에게 의료인으로서 좋은 일을 해주었다는 뿌듯한 마음에 같이 기뻐했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늘 좋은 환자만 대하는 것이 아니어서, 상당히 예민하거나, 항상 의심이 많은 환자, 또는 매사가 불만족스러운 환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응대를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고 침착하게 응대하는 것이 20대 중반의 나이에 상당히 벅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개원한 원장님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직원의 이직이나 변동일 텐데, 다른 직원들이 그만두거나, 우리 치과와 잘 맞지 않는 스탭이 들어왔을 때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일도 참 고마웠던 것 같다.

또한, 집과 치과의 거리가 5분도 안되기 때문에,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는 치과에서 아이가 시간을 보내야만 할 때도 있었는데, 바쁜 엄마 대신에 아이 말을 들어주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 준 것도 돌이켜보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잘 커버해준 일당백의 훌륭한 치과위생사였다.

어렸을 때는 나 잘난 맛에 산다고 모든 게 내가 잘 해서 잘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살다 보면 다른 사람한테 신세를 지게 되거나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사회를 산다는 것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산다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친구한테도 참 많은 도움을 받고 많은 신세를 진 것 같다.

그런데, 이 친구가 집안에 변동이 생겨 집이 없어지는 상황이 되어, 어학연수를 겸하여 외국에서 1년 정도 살아보고 싶다고 한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1년 정도….

내 스스로도 돌이켜보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일본에서 4년동안 살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지금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좀 더 깊게 이해를 하거나,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스스로 해결하면서 침착하게 대처하는 방법 등을 잘 배운 것 같다. 사실 원장으로 계속 옆에 있으면서 내 일을 도와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더 크지만, 이 친구에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외국에서 사는 1년이라는 시간은 아마도 많은 부분을 더욱 더 성숙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런 마음에 붙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용감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다 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다시 한국에 오면 우리 치과에 와서 다시 근무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은희 원장
바른해치과
한국구강근기능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