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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징크 시멘트와 군납 시설

Relay Essay 제2310번째

지금은 폐간 되었지만 한국치과공론사에서 발행한 ‘한국치과공론’ 제1권 제4호 1965년 9월호 p.39에는 ‘시멘트 금수 해제에 전력 경주’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습니다.

『국산 징크 시멘트 수입 금지의 건 ; 작년 11월 보사부로 부터 징크 시멘트외 5종목에 대하여 금수 가부 문의를 받은 대치협은 시멘트와 매몰재는 금수를 반대하고 파라핀 왁스는 일부 해제키로 하며 쏠다 메탈, 카랏트 메탈, 케스팅 아로이 등 종목은 금수를 찬성 한다고 답신한 바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역전되어 1965년도 수입 계획에서 시멘트 수입이 금지 되었으니 대치협의 위신은 형편없이 된 셈이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쏠타 메탈외 2종목의 금수 가결을 했는지 모르지만 대보사부 절충이 미온적이었음은 부인하지 못할 것 같이 보인다.

더구나 대치협 기관지인 대한치의보에 국산 징크 시멘트의 FDI 불합격 기사를 게재하면서 그 광고란에서는 동시멘트는 미제와 동일하고 일제 보다는 우수하다는 과학적 결과가 판명되었다고 광고케 하였으니 이와 같은 이율배반적이며 무책임한 행위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작년도에 시멘트 금수 문제가 제기 되었을 때 당시의 시멘트 금수로 말미암아 전국 치과의사가 절품 또는 시세 앙등으로 인하여 진료상이 큰 애로에 봉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집행부는 감정을 떠나 망각 되었던 이성을 되찾음으로써 시멘트 금수를 해제시키는 전력을 경주하고 수입사항 집행에 노력함과 아울러 회원 간 친목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전념하여 대치협사상을 빛낼 수 있는 역군이 돼 주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그리고 한국치과공론 제1권 제6호 (통권 제6호) 1965년 송년호 p.40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습니다.

『지난 10월 29일 치대 강당에서 거행된 대치협 제14회 정기총회에서 제 대의원은 대치협 정총의 상황을 돌이켜 보라면서 국산 징크 시멘트가 국내에서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소정의 시험결과 불합격품으로 인정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금수 해제를 위하여 강력한 체계를 갖추었는가? 마땅히 토의하고 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은 망각함으로써 역량 부족을 인정 하면서도 지엽적인 문제로 구 집행부에 대하여 왈가왈부 했다는 것은 해괴한 노릇이다』

지금부터 50여 년 전의 일이니까 신문에 실린 기사 표현도 지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시절 저는 치과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였는데 주말에 대학에 들렸을 때 우연히 대치협 총회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산 징크 시멘트 제조사인 대한치재 사장은 서울특별시 치과의사회회장으로 있으면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인산아연 시멘트의 수입 금지를 보사부에 요청하였고 보사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수입산 인산아연 시멘트의 품귀현상, 가격폭등 등으로 진료에 크게 차질을 일으켰던 사건입니다.

어느 대의원이 인산아연 시멘트의 금수 조치 해제를 건의하는 발언을 하자, 이 회장은 이 국산품은 FDI 규격에서 다른 까다로운(?) 조건은 다 통과되었고 단지 용해도가 0.2%인데 0.23%로 나온 것뿐이며 현재 한국군에 군납되어 전군이 사용하고 있는데 개원가에서는 국산품은 애용할 생각도 없이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다른 대의원이 그러면 대치협 검수단이 현지 생산 공장 시설을 방문 하였을 때 왜 출입하지 못하게 하였는가? 라고 묻자 대한치재공장은 군수 물자를 납품하는 시설이어서 보안상 일반인에게는 개방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또 다른 대의원이 전체 한국군이 콩나물을 먹고 있는데 콩나물 공장도 군수 시설이냐고 하여 회의장 안에 폭소가 터진 일이 있었습니다.

이형주 회장은 서치회장이라는 직권으로 금수 조치를 건의하였고 보사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 들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이 회장 회사의 제품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군복무 말기를 육군기술연구소(전 국방부과학기술연구소)에서 근무 하였는데 화학과팀과 공동으로 실험용 인산아연 시멘트를 제조하여 보았는데 FDI 규격에도 적합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치과에서는 국산 치과용 인산아연 시멘트를 사용하는 곳은 많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철위 서울대학교 치의학 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