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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이 영리병원 설립 막고 나섰다

공론조사 결과 녹지병원 반대 58.9%
중국 거대 부동산업체 소유 영리병원



그동안 영리병원 설립의 빗장을 여는 ‘위험한 열쇠’로 우려를 모았던 제주 녹지국제영리병원을 제주도민이 막고 나섰다. 

녹지국제영리병원(이하 녹지병원) 개설 허용 여부를 두고 숙의형 공론조사에 돌입했던 제주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 ・ 이하 위원회)는 지난 4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지병원 공론조사 도민참여단 180여 명의 최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는 녹지병원 설립 반대가 58.9%, 설립 찬성이 38.9%로 집계, 설립 반대 여론이 20%p 차이로 찬성 여론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특별자치도청(도지사 원희룡 ・ 이하 제주도청)은 녹지병원의 설립 허가를 두고 도민들의 여론을 청취하기 위해 지난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모집된 도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10월 3일 전체 토론회를 거쳐 최종 설문조사를 거치는 이른바 ‘숙의형공론조사’를 위원회에 위임했다. 

위원회는 공론조사를 거쳐 도출된 결론을 제주도청에 권고하고, 설립 불허에 따른 후속대책 역시 마련해 줄 것을 도청 측에 요청했다. 참고로 숙의형 공론조사의 결과는 법적 강제성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즉, 조사의 결과를 원희룡 도지사가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위원회는 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원회는 녹지국제영리병원 개설을 불허 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이에 따른 보완조치로 녹지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활용해 헬스케어타운 전체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방지,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행정조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며 동시에 이미 녹지병원에 고용된 사람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 역시 검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공론조사는 도민사회에서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던 정책을 도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전국 최초로 도민 참여와 숙의과정을 통해 결정 내렸다는 데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도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적법성, 투명성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 되었던 바 향후 정책결정에 있어서 행정절차의 적법성, 투명성을 제고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 반대 권고 원희룡 지사가 수용할 지 귀추
지난 2015년부터 논란을 이어 온 녹지병원은 중국 상하이시가 50%의 지분을 가진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 ‘녹지그룹’이 모기업으로, 2014년 포춘 500대 세계 기업 중 268위를 차지할 만큼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녹지병원은 당초 2017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2만 8,163㎢ 부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가정의학과,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등 4개 진료과를 설치하고, 피부관리, 미용성형, 건강검진을 위해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및 내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제주지부를 비롯한 의료, 시민사회단체는 녹지병원의 설립 허용은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의료영리화를 가속화해 동네치과 등의 ‘풀뿌리 의료기관’을 절멸시킬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반대 투쟁을 이어왔다. 이에 정부는 투자자 적격성 및 법령 적합성 등을 장기적으로 검토, 결국 공론조사 형태로 도민에게 공을 넘긴 게 그간의 경과다. 

이에 대해 한재익 제주지부 회장은 “그동안 제주지부를 비롯해 도내 의약시민단체가 합심해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 여론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면서 “녹지병원 설립은 (영리병원 설립의) 물꼬를 터놓으면 그 물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매우 큰 케이스였기 때문에 이에 대해 도민들의 선택으로 설립을 거부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