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한여름 밤의 꿈, 40주년 정기연주회

Relay Essay 제2314번째


“음악이 사랑을 살찌우는 양식이라면 계속해다오. 질리도록 들어 싫증이 나버리면 사랑의 식욕도 또한 사라지고 말 것이 아니냐. 다시 한 번 들려다오. 아스라이 사라지는 선율, 귓가에 감미롭게 들린다. 흡사 제비꽃 피는 언덕 위의 미풍이 몰래 꽃향기를 훔쳐 싣고 오는 것 같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과 같았던 조선치대 관현악반 40주년 정기연주회가 끝난 지 벌써 50여 일이 지났습니다. 매일 밤 연습이 끝나면 귓가에 들려오던 개구리의 울음소리와 예술극장을 가득 채우던 음악들의 선율은 아스라이 사라졌지만, 가을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에 저미어 여전히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귓가에 감미롭게 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40주년 정기연주회’에서 지휘자라는 영광스러운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제게 무한한 기쁨이며, 감사의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지휘자라는 자리가 저의 개인적인 능력의 범위를 넘어 주어지는 것이라 여겨져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올해 여름은, 40주년 정기연주회를 시샘이라도 하는 듯,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하며 너무나 더웠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부족한 지휘자를 믿고 다시는 오지 않을 청춘의 여름을 연습하며 보내준 단원들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OB 선배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1978년 여름, 광주학생회관에서부터 시작된 클래식 연주라는 꿈이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OB 선배님들의 발걸음 때문입니다. 꿈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혹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40년 전의 꿈이 넘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매해 여름 디뎠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40주년 정기연주회의 선곡은 이러한 ‘꿈’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OB 선배님들이 품으셨던 작고 여린 꿈들이 점점 커가는 모습을 회상하고 앞으로 새로운 세계에서 우리 관현악반이 이루어 갈 꿈과 미래를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꿈들을 지휘하고 관객들과 관현악반 동문에게 들려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40년 전 시작된 첫 연주회가 계속되어 40주년 정기연주회까지 이어질 것을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그 안에 담긴 깊이를 알 수 없는 열정과 노력이 담긴 시간이 무심하게, 40주년 정기연주회는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버렸지만, 관현악반 OB 선배님과 재학생 그리고 저를 비롯한 신입생 때부터 함께 걸어온 38기 동기들 마음속에서는 한 여름밤의 그 시간이 영원히 계속해서 연주될 것이라 믿습니다.

관현악반을 향한 사랑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면, 40년 전부터 시작된 그 꿈을 계속해서 지킬 수 있다면, 천 번이라도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2018년도 40주년 정기연주회 지휘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40주년 연주회를 지휘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40주년 정기연주회를 가득 채운 선율들은 사라졌지만, 연주회를 통해 다시 모인 관현악반 선배님과 재학생, 그리고 이러한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연주회에 찾아와 주신 관객들 모두에게 저마다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 떠올리고 그 꿈을 향해 다시 나아갈 힘을 얻었길 바랍니다. 조선치대 관현악반의 음악은 끝나지 않고 계속 연주될 것이며, 저와 관현악반 모든 가족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추억이란 꽃향기로 계속되길 바랍니다.

정승호

조선치대 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