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부여 세계유산 백제지구 이어걷기

만추 단풍걷기여행 –사비길과 부소산성

   
몇 년 전 걷기여행길 전문가들과 길 컨설팅으로 충남 부여의 사비길을 11월 하순에 걸었다. 이전에도 여러 번 걸었던 곳이어서 별다를 것 없으리라 생각했건만 부소산성의 때늦은 화려한 단풍에 감탄을 하고 말았다. 동행했던 일행 중에는 부여 출신의 여행작가도 있었는데, 그분도 부소산성의 늦단풍이 이리 좋을 줄 몰랐다며 연신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있다.

부소산성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사비성을 서기 660년까지 120년 간 지켰던 최후의 보루이자 왕궁의 후원이기도 했다. 걷기 좋은 숲 산책로를 5km 넘게 보유한 부소산성은 패망한 나라의 왕성이어선지 언제 걸어보아도 검박하고 소슬한 맛이 독특한 아취를 그려낸다. 부소산성의 화려한 가을단풍은 이런 쓸쓸한 느낌과 대비를 이루며 더 깊이 스며든다. 



부여 사비길 따라 역사순례

부소산성만 걸어도 그 자체로 훌륭한 걷기여행이자 단풍걷기가 되지만, 걷기여행길을 통해 영역을 조금만 확장하면 부여 사비길이 등장한다. 사비길은 부여가 가진 다양한 백제역사자원을 엮은 길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42곳 중에서도 첫 손에 꼽는 대표적인 역사탐방로다.

이 길은 2015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백제역사지구 8개 권역 중에서 부여 사비성 일대에 포함된 세계유산 4개 권역을 모두 거치며 이어진다. 사비길 세계유산 순례루트를 보면 [능산리고분군↔부여 나성↔부여국립박물관↔정림사지↔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으로 총 거리는 10km 내외가 된다. 이중 국립부여박물관을 제외하면 모두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국제적인 명소이다. 국립부여박물관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유물 베스트에 늘 꼽히는 백제금동대향로 진품을 만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위 루트를 따라 걸으면 총 거리는 10km 내외이지만 야트막한 산자락 숲길을 걷기도 하고, 각 장소마다 관람하는 시간이 있어서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그래서 걷는데 익숙하지 않다면 자가용으로 각 명소를 이동하면서 다니는 것도 좋다. 그럴 경우 백제 궁성의 남쪽에 있다고 하여 궁남지라고 불리는 연못을 가 봐도 좋고, 궁남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신동엽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을 가는 것도 일정에 포함시킬만하다.



명소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들

①능산리고분군은 인접한 부여 나성과 더불어 근년 들어 대대적인 정비를 얼마 전 마쳤다. 예전에는 백제왕릉원의 여러 왕릉을 걸어서 지나는 것이 전부였다면 현재는 백제왕릉원 서쪽 영역인 능산리절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1993년 12월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견된 곳으로 발굴현장에 당시 상황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아서 그때의 긴장감을 느껴볼 수 있다.

②부여 나성은 사비성 외곽을 둘렀던 토성으로 능산리절터 서쪽 능선을 따라 청마산성 쪽으로 올라간다. 나성을 걸으며 되돌아보는 능산리절터의 모습에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로 축약되는 백제의 문화수준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대대적인 정비를 마쳐서 걷기에 편하게 되었으며, 조왕사를 거쳐 국립부여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숲길과 연결된다.



③국립부여박물관에서는 공주 무령왕릉과 더불어 백제 유적발굴의 최대 화제가 된 백제금동대향로 진품을 만날 수 있다. 백제금동대향로 복제품은 전국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진품에서만 풍기는 고격은 여기서만 만날 수 있다.

④박물관 부근인 정림사터에서는 5층 석탑이 주인공이다. 백제 석탑의 완성 형태를 보여준다는 정림사지 5층 석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일본 호류지의 1400년 된 5층 목탑과 각 층의 비례가 같아서 백제문화의 국제성을 알리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⑤관북리유적은 부소산성 남쪽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곳으로 세계유산에 부소산성과 함께 등재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발굴을 통해 당시의 대형 건물지와 상수도시설, 저장시설 등이  드러났으나 아직 왕궁이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⑥부소산성은 크고 작은 산책로들이 굉장히 길게 나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한나절 내내 걸어 다닐 수 있다. 금강 쪽에 있는 낙화암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한 잔 마실 때마다 3년 젊어진다는 약수로 유명한 고란사라는 사찰이 있다. 고란사 부근의 고란사나루터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구드레나루터까지 낙화암을 보며 뱃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윤문기

걷기여행가,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