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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심신(心身)

시론

지난 9월 16일 ‘대한심신치의학회’가 창립총회를 열었다. ‘심신장애로 인한 환자를 치료함은 물론, 치과의사를 비롯한 치과종사자들이 본인들 스스로가 건강한 상태에서 치과를 방문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기 위한 목적’으로 모여 이 학회의 창립을 동의하고 준비한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제 막 시작하는 학회에 관심을 보이고 참가하고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참여하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그리고 학생들을 보며 ‘우리들의 마음’에 대하여 말하는 목소리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구강내과 전문의로 턱관절장애 환자나 안면통증, 비치성통증, 심인성통증과 같이 원인을 하나로 지정하기 어렵거나 만성화 되는 경우가 많은 환자들을 치료해오다 보니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만성화 중 심리적 문제가 생기는 환자들을 만나는 경우들이 많고 사회가 복잡해져 갈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러한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보통의 환자들 보다 우울, 불안 증상이나 분노, 편집 경향을 보이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 의사의 긴장과 에너지 소비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말 한마디부터 표정 하나, 손짓 하나까지 신경 쓰고 긴장하며 그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 또한 집중한다. 만성통증 환자 뿐 아니라,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통증조절이나 기능회복,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원인으로 치료나 병원, 의사에게 크고 작은 불만이 있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하더라도, 어떤 문제가 하나 발생하면 그에 따라 소모되는 물질적, 정신적 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

게다가 함께 일하는 치과 종사자간의 갈등, 의료인 간의 갈등, 병원 외부 활동에서 발생하는 갈등, 선후배, 동료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여러 문제, 일에 치이다 보니 또한 발생할 수 있는 가정이나 개인적 갈등 등을 겪다 보면 ‘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결국 이런 일이 반복되고 쌓이면 치과의사의 심리상태도 소진되다 못해 너덜너덜해지고 그에 따라 신체상태도 나빠진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할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는 말 하며 정작 자기 자신은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치과의사들도 있었다.

대한심신치의학회 창립 학술대회 프로그램 중 장영수 박사의 ‘내가 원하는 나 그리고 삶’에서 스트레스 대처를 위한 짧은 시간의 명상 훈련이 있었다. 환자를 위해, 가족을 위해, 동료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오던 나 자신을 위한 시간과 내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방법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낯선 프로그램을 진지하게 참여하는 참가자들을 보며 우리가 이것을 기다려왔구나 싶었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나를 쉬게 하는 시간.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들으며 몸의 긴장을 풀어내고 생각을 멈추는 시간. ‘치과의사 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위한 시간을 우리는 그동안 잊고 달려왔던 것은 아닐까? ‘내’가 행복해야 긍정의 에너지를 내 곁의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나 자신과 내 곁을 돌아볼 잠깐의 순간을 지키며 살짝 웃어보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수경 경희치대 구강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