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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해리포터가 조우하는 스토리의 나라

女行女樂(여행여락)


우리는 어려운 현실의 문제에 봉착 할 때, 또는 여유로운 시간이 생길 때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낯선 곳에서의 만남과 경험을 통해 지금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한다는 것은, 비워내는 것인 동시에 채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막연한 여행의 상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에 이른다.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볼 것인지, 무엇을 먹고 또 어디서 잘 것인지. 하지만 그 여러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행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감동이다. 특히 숨겨진 스토리 안에서 또 다른 감동을 찾아내는 일은 여행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준다. 고전에서부터 현대와 미래를 아우르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간직한 ‘스토리의 나라’ 영국, 이 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를 여행하는 일이다.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역사성

어두운 골목에서 마치 서부의 사나이를 연상케 하는 망토를 걸친 남자가 암흑 속에 갇힌 범죄를 해결해 가는 탐정소설 ‘셜록홈즈’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놀라움이란!, 허허 웃음이 나올만큼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을 금치 못했으며 그가 따라가는 범죄의 그림자를 함께 쫓다보면 옆에서 지켜보던 왓슨보다도 내가 더 큰 소리로 ‘어머나’를 토해내며 방바닥을 치곤 했다. 그런데 막상 영국에 와 보니 영화를 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거나 또는 생소하던 것들이 왜 그런 표현과 언어, 장소를 사용했는지 의외로 쉽게 이해가 가곤 했다.



나는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리즈처럼 딸만 있는 집의 둘째 딸이다. 하여 그녀에게얼마나 감정 이입이 되었던지. 행여나 다아시와 리즈의 사랑이 깨질까봐 중얼중얼 원망의 소리를 뱉아가며 책을 읽던 시절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바쓰(Bath)’에 가 본 후에야 작품 속의 인물들과 배경들이 얼마나 그 시대를 잘 설명하고 보여주는지를 알 수 있었다. 현장에 가 본다는 것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작품의 이해를 훨씬 용이롭게 한다. 그것은 영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집스럽게도 변하지 않고 옛 것이라면 어떻게든 보존하려고 하는집착에 가까운 그들의 습성 때문에 백 년이 지난 후에도 역사의 현장성이 살아있는 것이다.

가장 영국적인, 해리포터의 판타지

영국에는 수 많은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들이 있다. 특히 최근 20여년동안 전 세계에서 사랑 받아온 ‘해리포터’는 문학작품을 넘어서 예술분야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영국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책과 영화의 성공을 넘어서 뮤지컬까지 표를 구하지 못할 만큼 인기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의 20대와 30대, 심지어 그 연령대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 까지도 해리포터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열광하는 걸 보면 ‘해리포터’는 영국의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기한 것은 공상과 상상의 나라를 다룬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같은 작품조차 오래된 건물과  역사 속의 장소들, 인물들, 심지어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작품을 창작했다는 사실이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학교 ‘호그와트’에서는 검은 망토를 입고 수업을 진행한다. 검은 망토는 영국의 역사와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라 영국과 아일랜드의 명문 사립학교에서는 지금도 학생과 교사들이 망토를 입고 수업한다.21세기 들어서면서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또는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많이 줄어들긴 했다. 또한 교실을 옮겨가면서 과목에 따른 교사들 방으로 이동하는 것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사의 수업에 맞춰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하며 그 와중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을영화 소재로 삼은 것이다.

작가는 영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문의 전당 ‘옥스포드’를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삼았고, 영국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화려하고 전통적인 연회와 함께 판타지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것은 상당부분 작가의 희망사항에 상상을 더하여 역사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성과 역사성을 기반로 한 판타지이기에 독자의 감정이입을 더욱 확연하게 이끌어 내고 있다. 킹스크로스 역의 9와 3/4 승강장, 영화 속에서 트롤리가 반 쯤 벽 속으로 들어간 채로 주인공을 기다리던 그 곳으로 가면, 당장이라도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해리의 지팡이는 전 세계의 팬들을 영국으로, 런던으로 끌어들이는 마법을 부리고 있는게 아닐까?



셰익스피어는 살아있다

런던에서 2시간 30분 정도 북서쪽으로 이동하면 잉글랜드 워릭셔 지방에 있는 ‘스트랫퍼더 어폰 에이븐’에 도착한다. 이 곳은 셰익스피어가 유년시절 생활했던 생가와 그가 잠들어 있는 교회가 있는 소박한 마을이다. 셰익스피어 생가는 400여년이 넘는 세월에도 후손들의 손길에 갈고 닦여서 여전히 반질반질 윤이 나는 나무를 기둥 삼아 마을 중앙에 건재하고 있다. 생가에는 셰익스피어의 일대기가 전시되어있고, 안내를 하는 가이드들이 작품을 연출하기도 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뒷마당 정원을 배경삼아, 흐리고 추운 날에는 이층 리빙룸에서 공연을 펼친다.

생가 앞 거리는 보행자만 다닐 수 있도록 차량을 통제하고 있으며 골목 입구에는 그의 작품에 끊임 없이 등장하는 광대가 서 있다. 셰익스피어를 기념하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과 소박하고 아담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는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븐에는 주말이면 거리시장이 열린다.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나무숲 사이로 고요하게 자리잡은 교회 안에는 셰익스피어와 그의 가족이 잠들어 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일년 내내 이 곳을 찾는다.

내가 기대하지 못했던 것들과 조우할 때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놀라움이 바로 감동이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과 역사적인 건축물 등도 여행자에게 놀라운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스토리의 나라’에서 느끼는 감동은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 감동의 현재성과 지속성은 일상으로 돌아와서 더욱 커진다.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와도 우리가사랑한 세익스피어와 해리포터의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며, 또다른 이야기와 사람들이 그 곳의 현재성을 실현시켜주기 때문이다.

글, 사진 : 이선영 (영국&아일랜드 여행스토리텔러)



영국 스토리텔링 여행
일정
·2019년 1월 19일(토) ~ 1월 25일(금), 6박 7일

모집인원
·6인 ~ 1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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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윤 여행여락 운영자 &여행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