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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추천도서-더 좋은 경험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우리가 ‘앎’을 얻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해서 얻는 것과 또 하나는 직접 부딪힘을 통한 ‘직접 경험’으로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면 어둡고 차갑다는 것을, 남극과 북극의 눈보라와 우리 겨울 추위와의 차이를 직접 느껴본 사람은 드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은 간접 경험 때문입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책을 통해 머나먼 지식도 알게 됩니다. 지식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소설책을 통한다면 다양한 인물의 성격과 사회적 배경, 심지어 다가올 미래도 미리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간접 경험은 우리가 발품을 팔아야 하는 많은 직접 경험의 수고를 덜어줍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한 간접 경험에는 장벽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쌓이면 우리가 직접 체험하는 직접 경험이 풍성해 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똑같은 장소에 여행을 가더라도 그 여행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나 역사적 사실을 책을 통해 미리 알고 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직접 경험’의 경험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이왕 세상을 살면서 내가 직접 경험해야 할 것이라면 더 좋은 경험이 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합니다.

가업 이은 장의사는 말한다
죽음은 도망칠수록 두려워진다

『길들여지지 않는 슬픔에 대하여』 살림, 2018
장의사처럼 죽음을 자주 접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두 장의사 집안 사이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그 일을 돕고 결혼도 장의사집 딸과 한 저자는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결국 죽음에서 도망칠수록 죽음이 두려워질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현재도 장의사이고 죽음에 대해 강의하는 연자이기도 합니다. 인간으로서 죽음은 여전히 슬프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입니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아닌 저자가 죽음에 대해 더 큰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업을 물려받고, 직업의 신념에 의문을 품은 저자가 죽음과 장의사라는 직업의 긍정적인 면들을 찾아가지 못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 책은 결코 편하게 읽을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 자신을 다시 생각하고, 죽음 속에서 오히려 다른 삶을 찾은 저자의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삶의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발 하라리 ‘인류 3부작’ 완결판
현재 인류 난제를 명쾌하게 설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김영사, 2018
책을 통한 경험은 놀랍습니다. 책이 아니면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히브리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동성애자 교수의 놀라운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이 책은 유발 하라리의 이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인류 3부작’의 완결판입니다.
『사피엔스』는 보잘것없던 유인원이 어떻게 지구라는 행성의 지배자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며 과거를 개관했고, 후속작 『호모 데우스』는 어떻게 인류가 결국에는 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추측하며 미래를 탐색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현재의 인류를 살펴봅니다. 인공지능, 테러, 기후변화, 인종주의, 난민문제, 디지털기술, 정보 등 기로에 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접하는 세계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다루기 힘들고 찬반의 여지가 다분한 주제들에 대해서 다소 명확한 자신의 입장을 이전에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명쾌합니다. 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저자가 바라보는 시각이 정답은 아니지만 그의 생각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거나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논리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반대하는 나의 의견에 대한 나의 주장의 깊이도 깊어집니다. 말미에 언급되어 있는 한국인을 위한 7문7답도 의미 있습니다. 한국인으로 가지게 되는 의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도 들을 수 있습니다.

여성혐오, 성폭력, 인권
그 이름을 부르면 가치가 시작된다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창비, 2018
미투 운동,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대선에서 드러난 여성혐오, 현대정치 지형에 깔린 감정과 태도, 국가폭력에 이르기까지 저자인 리베카 솔닛의 이름에 걸맞게 저항과 희망의 언어가 넘치는 책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8 전미도서상 후보, 커커스 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한 책입니다.
저자는 페미니스트 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이면서도 다양한 사회문제의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전방위적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저자의 말에는 더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책의 내용을 다소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데 여성혐오, 성폭력, 인권 등에 대한 혼란스러운 내용을 읽어야 하냐고.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소 무감각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바짝 깨어 있는 저자의 말에서 깨우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목과 연관된 저자의 말을 소개합니다. “일단 우리가 이것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면, 그때부터 우리는 비로소 우선순위와 가치에 대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잔학함에 대한 저항은 그 잔학함을 숨기는 언어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