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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원장 사모 아닌 스탭들 언니가 됐다”

조수연·김세희 실장, 남편 치과에 근무
궂은 일 솔선수범하며 직원들 마음 얻어
“치과경영 가족 참여, 장점 공유하고 싶어”


“처음 남편 치과에 출근해서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하던 대로 스탭들의 업무성과를 지표화해 평가하겠다고 했죠. 스탭 팀장으로부터 돌아온 첫 대답은 ‘저흰 그렇게 하면 여기서 일 못해요’였어요. 뭔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죠. 기본 마음가짐부터 다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는 바닥 청소, 쓰레기통 비우기, 화장실 변기 뚫기 등 궂은 일부터 도맡아 하기 시작했죠. 직원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사회생활을 하던 원장 사모님들이 치과 실장으로 변신, 치과에서 10여년의 세월을 보낸 끝에 에이스 팀장으로 성장했다. 조수연 실장(내이처럼치과병원 총괄실장/남편 옥용주 원장)과 김세희 이사(전 서울이건치과 총괄실장/남편 이재용 원장)가 그 주인공. 두 사모가 최근 자신들의 경험을 강의로 풀어내겠다고 해 미리 들어보고 왔다.

조수연 실장은 “원장 가족들이 병원에 같이 근무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잘만 적응해 역할을 해 준다면 원장과 직원 간 중간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원장은 진료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며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부분에 관심 있는 치과 가족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실장은 원래 항공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남편 옥용주 원장 치과에서 경영관리를 해 주던 실장이 갑자기 자리를 옮김에 따라 급하게 병원에 투입됐다.

조 실장은 “처음에 대기업에서의 경험만 생각하고 직원관리나 임상이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 얘기했다가 직원들이 바로 거부반응을 보여 당황했다. 남편도 진료실이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 먼저 이 분야가 다른 회사와 다른 부분을 배우고 직원들과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직원들이 하는 일을 모두 같이 하기 시작했다. 같이 청소하고 같이 늦게 퇴근하고, 같이 술을 먹고. 지금은 같이 남편 흉을 본다. 이 정도가 되니 나만의 직원관리, 환자관리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세희 이사도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하고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잘 나갔던 경력이 있다. 그러다 강남 한복판에서 진료에, 임상공부에, 경영에, 마케팅에 진땀을 빼고 있는 남편이 짠하다는 생각이 들어 치과실장으로 참여하게 됐다. 김 이사는 자신의 사무실을 병원과 분리해 철저하게 2선에서 스탭들을 지원하고 병원 마케팅에 힘쓰기 시작했다. 마케팅 전문가의 눈에는 단순 광고대행업체를 통해 하는 마케팅이 비용대비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보였던 것. 홈페이지를 통한 마케팅 효과를 올리고 처음에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데 힘썼다. 

김세희 이사는 “직원들에게는 원장 가족이 거슬리는 인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직원의 마음을 얻는 것이 먼저 할 일”이라며 “한번은 술에 취한 환자가 병원에 와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욕을 하는 환자와 맞서 싸우고 돌려보냈다. 내가 자신들의 편이라는 걸 느낀 순간 스탭들의 태도가 바뀌더라. 그리고 실장을 한 10년 동안 직원들의 점심을 직접 해서 먹였다. 한번 들어온 직원이 안 나가는 병원이 됐다”고 밝혔다.

이들 두 사모가 얘기하는 공통점은 원장 가족이 치과의사와 스탭 사이 중간자로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 원장이 일일이 나서 다 하기 힘든 노무·재무·세무·환자관리와 함께 원장과 직원 사이 소통의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단다.

단, 경계해야 할 것은 원장 가족으로서의 갑질. ▲진료부분에 대한 간섭과 ▲정량적 직원평가를 하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능력을 고려한 업무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자신이 병원청소만을 할 정도의 능력이라면 정말 병원청소만 하거나 경영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거나, 아니면 시작을 말아야 한다. 

조수연 실장은 “이 일을 하며 치과의사들이 병원에서 하는 일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꼈다. 가족이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부분을 조금 더 책임감 있게 나누며 치과의사인 가족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치과에 근무하는 또 다른 가족들과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