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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주의보

시론

한파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북쪽이 아닌 남쪽에서 들려오는 한파주의보 입니다. 그 동안 우려했던 영리병원 설립이 드디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표면적으로는 1000억원에 달하는 사업 백지화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뒤집고 정치적인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밀어붙이는 그 내면에 어떤 이면 계약이 있을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778억을 투자해 병원을 짓고 134명의 인력 고용을 마친 상태로 병원설립허가를 신청한다는 것은 투자금을 날려도 좋다는 엄청난 배짱이 있거나 혹은 확실한 보장이 없었으면 실행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이나 삼성서울병원을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법인이 설립한 것과 비교하여 녹지병원은 말 그대로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법인이 세운 최초의 병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진료 과목에 치과는 포함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네개 진료과를 가지고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미용 병원의 성격이 강한 듯 합니다. 그렇다면 조만간 치과도 포함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봅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외국인만 대상으로 하면 국내 의료체계와 겹치지 않고 건강보험법 적용도 받지 않는 만큼 의료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 언론은 추후 병원 재정이 악화되었을 때에 중국자본에 의해 설립된 이 녹지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요구하면 이를 막을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내국인’들이 이 녹지병원에서 진료를 원할 때 이를 막을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더욱 우려가 됩니다.

녹지병원은 중국 자본답게 호텔 이상으로 휘황찬란하게 지어진 병원입니다. 입원실은 병원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전망 좋은 호텔입니다. 제주도는 의료관광을 하기에 최적의 섬입니다. 미용의료관광을 원하는 내국인이 있다면 병원에서 이를 거부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요?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할 경우 의료기관 입장에서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하여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는다면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고 합니다. 다시 얘기 하자면 내국인 진료 거부를 해도 불법은 아니지만, 내국인 진료를 해도 불법이 아니라는 얘기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잠깐 제주도에 가서 살면서 느낀 바로는 제주도의 병원급, 3차병원급 기관들이 그리 시설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비싸더라도 기존 의료기관 말고 새로 지어진 호텔급 시설에서 진료를 받기를 원하는 내국인이 있을 때 이를 계속 금지하고 거부할 명분이 그다지 없습니다.

 이제 둑은 무너졌습니다. 의료는 외부에서 봤을 때 꽤 괜찮은 사업입니다. 상업적인 마인드로 경영을 한다면 다른 사업에 비해 수익률도 높고 공격적인 아이템이 무궁무진 합니다.

제주도에서 시작된 영리 의료법인들이 인천을 거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로 들어오는데 까지 몇 년의 여유가 있을까요? 대기업의 체인산업 앞에 사라진 구멍가게들처럼, 제과점이나 치킨집들처럼 저희도 숨막히는 생존과 굴욕적인 투항 사이에서 갈등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번 겨울은 월동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