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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원장님입니까? CEO입니까?

Relay Essay 제2324번째

오늘 하루도 알람 소리에 힘겹게 일어나고 씻은 후, 아침 식사하고서 병원으로 출근한다. 그 하루가 월요일이면 그 주의 새출발을 잘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물씬 생긴다. 하지만, 쌓인 피로감이 가시질 않았거나 나를 힘겹게 하는 환자가 또 대기실에 앉아있거나 우리 병원 직원이 실수하는 것을 연타로 경험하면 즐겁지 않을 수 있다. 방긋하고 병원 문을 들어서면서도 이내 웃음이 사라진다.

우리는 하루에 과연 몇 번을 웃고 사는 것인가. 치대 재학 시절에는 졸업하는 그 날만을 기다리면서 미래에 일확천금도 벌고 존경받는 치과의사 선생님이 되고자 큰 꿈에 젖어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절로 미소를 띨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장밋빛 인생이 아닌 것을 깨닫고 실망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보니 그토록 원했던 개인 병원을 열고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이념으로 열심히 진료하고자 한다.

그런데,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 수가 줄거나 예약했던 환자들이 속속 취소하는 상황을 맞이하면 마음이 더없이 불안해진다. 쌓여만 가는 고지서, 곧 다가오는 임대료와 인건비 날짜, 카드 결제일. 혹시라도 누락된 보험 청구는 없는지 미납한 환자가 아직 남아 있는지 샅샅이 뒤져서 수입을 달성하려고 안달낸다. 그래서 신환이 내원하여 검진한 결과 다수 임플란트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일시불 완납과 현금 폭풍 할인을 요구하는 유혹을 떨쳐낼 수가 없다. 충치를 이잡듯이 찾아내어서 어떻게든 치료하게끔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한편, 엔도 수가가 형편없다고 속이 부글부글하지만, 목이 아픈 상악 대구치 엔도할 때 어렵게 MB2도 찾고 싶고 잘 충전하고 싶다. 임플란트 하나 식립해도 패스가 똑바로 되어 있지 않고 기울어지면 자괴감이 살짝 든다. 안쓰럽지만, 이런 모습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목격되는 에피소드들인 것 같다.

매번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불황을 얘기하면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라지만, 정작 한달이 끝나갈 무렵에는 어떻게든 그 달에 돈 나가야 할 일이 해결되는 아주 신기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벼랑끝에 서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는 게 인생이자 개업 살림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는 열심히 임상에 임해서 명의로 불리고 싶고 더불어서 돈도 많이 벌고 싶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을 떠나서 의사이기도 한 동시에 최고경영자인 우리 선생님들의 모두 공통적인 마음일 것이다. 그 누구도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병원 운영을 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 어떠한 모습이든지간에, 핵심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진료 철학이라든지 경영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저 남들이 하라는대로 하는 수동적인 굴레에 익숙한 우리지만, 남들과 차별화되는 무엇인가가 필요한 것이다. 즉, 컨셉이 필요한 것이다. 너무나 맹목적으로 수용한 점을 다시 곱씹어 보고 나만의 독특한 점을 발견하는 타임아웃이 필요하다.

고된 일과 스트레스에 지친 하루를 보내겠지만, 한 발 물러서서 우리는 과연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돈과 명예의 양팔 저울을 두고 때에 따라서 한쪽으로 기울어지겠지만, 전체적인 삶의 모습은 균형을 맞추고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완벽한 인간이 없고, 완벽한 의사도 없기에, 정답보다는 적절한 해답을 찾는 게 인생의 연속이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이주환 연세삼성치과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