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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선생님

시론

얼마 전에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구강근기능 연구회 주최로 일본의 곤도선생님을 모시고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한국선생님들도 구강근기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제자인 제가 연구회를 만들고 열심히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선생님께서 한국에 가서 강의를 해주겠다고 먼저 말씀을 해주신 것부터 너무 감사하였습니다. 구순의 연세에 척추가 4군데나 골절이 되셔서 지팡이를 집으셔야 걸으실 수 있고, 실제로 일본에서는 집에서만 칩거하고 계시고 외출은 거의 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그런데도 먼저 흔쾌히 한국에 와주시겠다고 말씀을 하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곤도선생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선생님을 모시러 공항에 갔었고, 감사한 마음에 선생님께 어울릴 만한 멋진 모자를 선물해 드렸습니다. 소녀처럼 얼마나 좋아하시던지요.
강의 당일에도 좋은 컨디션으로 강연장에 도착하셨지만, 부축을 받지 않으시면 잘 걷지 못하시는 모습에 아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강의가 시작되면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나 싶을 정도로 얼마나 열정적으로 말씀을 해주시던지요… 통역을 하면서도 페이스에 따라가기가 참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평생 진료를 하시면서 관찰하고 느낀 점들이 그냥 묻혀 잊혀지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후학을 위해서 많은 것을 남겨놓고 싶다고 하십니다.

이러한 것들이 아주 섬세하여 얼핏 보기에 지나치기 쉽고 자칫 주관적으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또한, 객관화 하기 어렵기 때문에 알려진 논문이나 자료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곤도선생님께서 제일 알려주고 싶은 내용은 형태만 좋게 하는 교정치료가 아니라, 좋은 구강근기능을 갖도록 하면서 기계적인 교정치료를 함께 하였을 때, 30년, 40년이 되어도 변함없는 좋은 교합 상태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젊으셨을 때 이러한 열정으로 환자의 구강근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1960년대인 그 옛날에 3천만엔(3억원) 정도나 하는 CT나 근전도 검사기를 가지고 치료를 하셨으니까요.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좋은 기능과 형태로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점을 보면 곤도선생님께는 존경심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이번에 한국에 오셨을 때에도 하루 종일 후학들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강의해주시고, 그 다음날 아주 오랜 선생님의 친구분이 사주시는 시청 뒤쪽의 북엇국을 맛있게 드시고, 너무 즐거웠다며 일본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에 무한한 감사함과 함께 선생님의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제 인생도 풍요로워지게 되어 너무 마음이 벅찹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은희 바른해치과 원장, 한국구강근기능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