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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에렉투스 그리고 황희정승

시론

간을 인간답게 만든 변화의 시작은 아마도 두 발로 걷게 되는 직립보행이 아닐까 한다. 직립보행을 통해 팔과 손이 자유로워졌고 ‘호머 파베르(Homo faber)’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직립(直立)하는 인간에게 가장 부합하는 언어 행태는 직언(直言)이어야 한다 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권력과 서열을 극복하고 기탄없이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는 것, 직언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므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을 것이다.

당 태종 이세민은 친형 이건성과 그 측근을 모두 제거하고 황제가 되었다. 기존 세력이었지만 살아남았으며 간언을 통해 태종을 성군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위징(魏徵)이다.

“정관정요”에 따르면 중요하게 기록된 그의 간언만 300여건에 이른다. 태종이 황제에 대한 시중이 소홀하다며 담당자를 처벌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위징은 다음과 같이 진언한다. “지금 여러 사람이 죄가 없는데도 벌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바친 물건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또 어떤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올리지 않았다며 벌을 받았습니다. 이는 폐하께서 사사로운 욕심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것을 좋아하시기 때문입니다. 만약 폐하께서 만족할 줄 모르시면 오늘보다 만 배가 더 좋더라도 만족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위징의 말을 들은 태종은 “그대가 아니면 이런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오”라며 곧바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어느 날 당 태종이 위징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 위징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겸허한 자세로 들어보면 정확한 결론을 얻어서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으나, 어느 한쪽 말만 듣고 그것을 믿는다면 일을 잘못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기회주의자들의 아부와 간사한 말들만을 듣는 지도자는 결국 망하게 되는 반면 바른 말을 하는 현명한 사람들과 소통의 길을 열어 둔다면 강건한 조직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만인의 천하”이며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고 하며 치국의 근본이 위민이고 위민이 바로 왕도정치의 길임을 역설한 사람이 바로 위징이다.

지금 이 나라에, 좁게는 우리 치과의사와 연관된 수많은 조직들에서 끊임없이 공방과 법정 싸움이 오가는 모습들을 보며 오래된 역사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의 역사에도 세종이란 불세출의 현군(賢君)이 있었으며,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수도 없이 홀로 세종에게 반대해 그를 저지한 황희라는 신하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런 황희를 20년 이상 정승으로 기용한 세종이기에 세종대왕이라고 불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위징이 사망하자 태종은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옛 것을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있다. 이제 위징이 세상을 떠났으니 거울 하나를 잃은 셈이다.”

원장은 한 치과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단체의 회장은 그 집단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그 나라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아첨하고 손바닥을 비비는 사람을 곁에 둘 것이 아니라 그에게 직언과 간언을 하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전심전력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매일같이 리더에게 좋은 의견을 제안하며, 예의로써 리더를 염려하고, 훌륭한 계획은 리더에게 아뢰고, 리더에게 좋은 생각이 있으면 따르고, 리더에게 허물이 있을 때는 바로잡는” 사람이 지금 가장 필요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역사는 양신(良臣)이라고 부르고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창진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