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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선탈각(金蟬脫殼)

시론

작년 12월 초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서너 걸음을 걷자 허리가 뻐근하더니 완전히 펴기가 힘들었다. 밤에 잘 때 자세가 나빠 그런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다시 자리에 들었으나 허리 통증이 계속 되었다. 서울에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과연 차를 몰고 집으로 갈 수 있을지가 당면한 걱정거리였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운전하는 자세는 불편하지 않아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다음날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무리한 운동을 했는지 묻고 없다고 하자 근육이완제와 소염제를 주고 2~3일 정도 먹으면 날것 이라고 해서 안심하였다. 그러나 허리 통증은 조금 나아지는 것 같더니 다리와 발목이 저릿저릿하고 엉덩이와 다리로 내려가는 방사통이 생겨 주말에는 통증으로 도저히 누워 잘 수가 없어 거의 앉아서 밤을 샐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제 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참을 수 없는 강력한 통증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다리에 힘이 빠져 마치 다리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아 계단을 오르내릴 때 난간을 잡지 않으면 다니기가 힘들었다. 이러다가 지팡이나 휠체어를 이용해야 할지 모른다는 온갖 두려움과 걱정으로 밤을 새웠다.

월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서 MRI 영상 검사를 하고 수핵탈출증과 요추 부위의 척추협착증이 동반되었다는 진단을 받고 척추 주사치료와 심한 통증과 잠을 자도록 도와주는 마약성 통증약과 극심한 두려움과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우울증 치료제를 처방 받았다. 일단 약을 먹고 비수술적 치료를 하고 경과를 보고 수술 여부는 차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증이 더 심해지고 신경이 손상되면서 다리나 발목에 마비가 생기고 대소변 장애가 생기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렇데 허리가 아플지 몰랐고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에 당황하게 되었고 통증과 향후 예후에 대한 두려움으로 덜컥 겁이 났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을까? 어느 날 아침 이런 일이 생겼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의자에 앉거나 걷거나 환자를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잘못 된 자세나 습관으로 생겼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 현상이 일어나지만 마음은 아직 젊다고 느끼고 행동하고 지냈으나 보이지 않는 내 몸속에서 이런 일이 조금씩 싸여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어쩔 줄 모르고 쩔쩔 매게 되었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던 사람들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병문안을 가서 그들의 통증과 아픔에 나는 어떤 위로의 말을 했을까? 일단 내가 극심한 통증을 경험해보니 아픈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의 말과 도움을 주지 못했음에 반성하게 되었다.

일상생활은 허리가 아프기 전과 후로 확실히 달라지어 바쁜 연말 일정은 줄줄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다니는 것이다’라는 중국 속담 같이 편안히 자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다닐 수 있는 소소한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기적이었다는 사실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며칠사이에 두발로 걷고 계단을 오르고 물건을 들고 고통 없이 자던 사소한 일들이 대단한 일로 바뀌었고 그 모든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매미는 성충으로 살아있는 기간은 일주일이나 길어야 한 달이지만 매미가 되려면 적게는 6년에서 많게는 17년이라는 기간을 애벌레로 지낸다고 한다. 애벌레에 불과하던 매미가 성충이 되어 새로운 금빛모습의 매미로 변화에 성공하는 것을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고 한다. 금선탈각이란 말은 금빛 매미는 자신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 던짐으로써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매미의 생존 비결은 새로운 상황에 대하여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매미가 허물을 벗고 성충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한 달의 시간을 지상에서 보내기 위하여 애벌레로 몇 년이고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하는 시간이라면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는 계기는 어떤 특별한 사건과 연관된다.

오늘 모습과 다른 내일의 모습으로 새롭게 변하게 되는 것은 우리들이 겪는 기쁜 일이나 즐거운 일보다는 슬픔이나 좌절을 통해서 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건강의 문제로, 지인의 사고나 죽음을 겪으면서 변화하게 된다. 나의 경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과 재활을 경험하면서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침에 무사히 눈을 뜨고 아프지 않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직장에서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두발로 마음대로 걷는 소소한 일상생활이 얼마나 대단하고 기적 같은 일인지 그리고 이것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물극필반 (物極必反)이란 사물의 형세가 최대로 극에 다다르면 반드시 뒤집히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사물이나 형세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흥성과 쇠망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좌절한 곳에서 기쁘고 희망의 싹이 피어나고 기쁘고 행복한 곳에서 또 불행의 싹이 자라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겠다.

설날을 맞이하면서 시론 독자 모두 2019년 돼지의 해에 건강해야 돼지, 행복해야 돼지.
새해 복 많이 받고 소망하는 일 모두 이루고 감사하는 한해 되길 빈다. 올해도 여러분 모두 파이팅!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교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