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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스펙트럼

매년 대여섯 번씩 후배들의 실습을 도와주러 본교에 가곤합니다. 한창 꿈을 키우고 있는 본과 2, 3 학년 후배들을 만나는 일은 저에게 초심을 소환시킴과 함께 삶의 활력소이기도 합니다.

실습을 진행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전형으로 입학했는가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고3 때 수능점수가 60점이 올라서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같이 1학년부터 시험 한번만 잘 못 봐도 망한다는 학종 시대에 수능이라는 패자부활전이 있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제 인생 모토에요”라고 합니다. 지금도 자기가 원하는 진로로 가기엔 성적이 부족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3, 4학년 때 더 열심히 해 볼 라고 합니다.

제게는 그 후배의 말이 왜 그렇게 신선하게 다가왔나 모릅니다. 중학교 때보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오를 확률이 6% 밖에 안 된다는 시대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습니다.

이 말은 또 작년 연말 예능대상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신인상을 받았지만, 중간에 굴곡의 세월을 겪으며 이제 대세 연예인의 길은 끝났나 싶었던 한 여성 개그맨이 여자로써 최초의 대상, 그것도 두 곳의 방송사에서 대상을 받으며 수상소감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생이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더라구요.”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너의 꿈은 무엇이냐.
하지만, 아무도 제게 묻지 않습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인생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뭔가를 만들어가기에는 늦은 나이인 걸까요?
이제는 내 꿈보다 자녀들의 꿈을 뒷받침하는 나이인 걸까요?

작년에 전문의 경과규정으로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처음에는 시험을 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 나이에 전문의 자격증을 따서 소용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나이 드신 선배님들의 시험 참여를 보면서 변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곧 은퇴를 앞에둔 선배님들께서 적극적으로 시험 준비를 하시는 걸 보면서 내가 이럴 때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마흔이 넘어 그림에 열정을 불태우는 후배, 환갑이 넘으신 나이에 환자들을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신다는 선배님, 은퇴를 앞두고 아이디어를 살려 사업을 시작하시는 교수님을 보면서 또 한 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100세 시대에 이제 겨우 반을 지나온 지금, UN도 65세까지를 청년이라고 재정립한 마당에 저도 새로운 꿈을 꿀 때인 것 같습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윤정 원장
장미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