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음악이 주는 휴식과 위로

시론

진료실에 조용하고 가사가 없는 음악을 틀어 놓을 때가 자주 있다. 주로 음원사이트의 명상음악 카테고리의 음악들을 선택하는데 바람 소리, 숲 소리, 또는 파도 소리에 잔잔한 음악이 스며들 듯 흐른다. 호흡이 길고 느린 음악을 통해 긴장과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 진료를 보는 의사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방법이다. 바쁜 날은 음악을 틀 생각도 못 할 때도 있고, 일에 집중할 때 음악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많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조용한 음악 소리와 맑은 파도 소리가 들리면 그에 맞춰 나도 모르게 긴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일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라도 말 그대로 ‘숨 돌릴 새’를 만들어 줄 수가 있었다.

방학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병원을 찾는다. 수능 시험이 끝나면 턱관절장애 진단을 위해 오는 환자들 중 특히 수험생이 많은데, 이 악물고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 수험생에서 벗어나 시간이 나서 그동안 아프고 참았던 통증을 치료하고 싶어 온 학생 모두 지친 얼굴로 의사와 만난다. 학년이 올라가는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오고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턱관절이 아파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꽤 있다. ‘공부해야 해서 병원 올 새가 없는데 빨리 나을 수는 없나요?’, ‘얼마나 치료해야 해요?’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3년동안 아픈 것을 참았는데 일주일 만에 낫게 할 수는 없겠지만 꼼꼼히 진단한 후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와 가능한 치료를 고려하여 치료계획을 정한다. 잔뜩 지친 얼굴의 환자에게 약 보다 더 필요한 것이 휴식임을 진료실에 있는 모두가 알고, 쉬지 않고 공부나 일만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막상 쉬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면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종종 이런 환자들에게 ‘좋아하는 노래 있어요? 가요든 팝송이든 클래식이라도 좋아요. 노래 한 곡 들으며 쉬는 것은 어때요? 아이돌가수 노래라도 상관없어요. 책에서 눈을 떼고 춤을 따라 춰 봐도 되고 눈을 감고 음악이 전해주는 느낌을 따라가도 좋아요. 5분, 10분이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 봐요’하고 제안한다.

음악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치료사도 있고 음악이 주는 심신치유효과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음악이 주는 위로와 응원의 힘을 많이 겪고 있다. ‘수고했어요, 많이 고생했어요’라는 노래가사에 울컥 눈물이 난 적도 있다. 마치 지친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노래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순간 받게 된 것이리라.

스트레스를 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내적 또는 외적 상황에서 오는 많은 자극은 스트레스요인이 되고 갈등요소가 되며 이것을 풀어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해 계속 쌓이는 경우도 있다. 외적 갈등요소 중에서도 그 제공원인이 내부적 요소인 경우도 많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어 생각이 꼬리를 물고 복잡해질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자. 좋아하는 음악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듣기 싫지 않은 정도의 음악도 좋다. 여유 있고 느린, 호흡이 긴 음악을 들어보자. 음악이 내 마음 속에 들어오도록 작은 틈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음악이 스며들어 내 긴장을 조금씩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치과진료실은 언제나 시끄러운 소음이 따라오는 곳이다. 그 소리를 넘어갈 음악을 진료실에 직접 틀기는 어렵겠지만 환자에게 이어폰을 제공해서 음악을 듣게 하거나 대기실에 조용한 음악을 틀어 놓는 병원들은 많이 있다. 스트레스를 올리는 치과진료소음을 줄이기 위해 환자들을 위한 방법은 많이 고민하고 시행하고 있지만, 그 진료실 안에 가장 오래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잠시 노래 한 곡을 들으며 지친 눈과 귀와 머리를 쉬게 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점심시간 맛있는 음식과 함께 흥겨운 음악을 들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기다리던 퇴근 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오늘도 수고한 나를 칭찬하고 위로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수경 경희치대 구강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