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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부르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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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추운 겨울날씨가 점차 사그라들고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비록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예전만큼 봄을 만끽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지만, 꽃이 만개하여 온 세상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하는 봄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봄은 많은 것들을 시작하게 만든다. 차가운 바람을 피해 움츠려있던 모든 것들이 온화한 계절을 맞아 활짝 피어난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이러한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봄을 위해 시작을 준비하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한 해를 시작하는 1월보다도 따뜻함이 시작되는 봄이 처음을 준비하기에 더욱 어울린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봄이 올 때마다 잊지 않고 해 주어야 하는 것이 꽃 구경이다. 벚꽃 개화시기를 매년 날씨 예보처럼 알려주는 것을 보면 봄을 알리는 데 꽃만한 것이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봄마다 열리는 벚꽃축제를 찾아가보면 그 아름다운 광경에 매료되어 봄기운에 한껏 빠져들게 된다. 벚꽃은 피어 있는 모습이 화려해 한 순간 많은 사랑을 받지만, 꽃잎이 유독 얇은 탓인지 봄비가 내리면 금세 흩날리듯 떨어져버린다. 그래서 벚꽃은 삶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동시에 상징한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도 잠시, 이내 덧없이 지고마는 모습은 인간의 삶과도 닮아있어 인상적인 꽃이다. 

벚꽃이 화려하게 봄 소식을 전하는 동안 개나리와 진달래는 우리 근처에서 좀 더 친숙하게 봄을 알려온다. 개나리가 노랗게 주변을 물들이면 길가 전체가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희망과 기대를 뜻하는 개나리의 꽃말은 이러한 따뜻함을 더욱 잘 느껴지게 해준다. 추운 겨울동안 무채색이던 세상이 밝아지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진달래가 주는 따뜻함은 개나리가 주는 희망의 따뜻함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분홍빛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다. 진달래꽃 하나가 핀 모습에서는 다소 가녀린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지만, 여러 진달래가 함께 피어나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가득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풍만함을 통해 받는 따뜻함은 봄에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사랑의 설렘과 기쁨을 전달해준다.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는 세상에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꽃이 없었다면 인간이 구분할 수 있는 색의 종류 자체가 줄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가진 표현의 방식들도 꽃들이 가진 다채로운 모습 덕분에 더욱 다양해졌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무채색과 무미건조한 이야기들만 가득했을 세상을 상상해보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해야할 일이라 할 수 있다.

바쁜 일상에 치이다보면 봄이 오는지도 모르고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 있다. 특히 점점 겨울과 여름이 길어지는 기후가 되어가면서 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소중한 봄을 놓치지 않고 맞이하려면 잠시 여유를 갖고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앞만 보고 가던 길을 멈추고 길가에 피어난 꽃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마음을 열고 봄을 불러볼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준 전 회장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