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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풍선

Relay Essay 제2335번째

2014년, 어린 시절부터 나의 우상이었던 오빠들이 돌아왔다. 2005년 7집 ‘하늘 속으로’ 이후 9년 만에, 5명 완전체로는 무려 12년 만에 god가 신곡을 발표했고, 최근 데뷔 20주년인 2019년을 맞아 최근 ‘같이 걸을까’라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방송을 볼 때면 나는 중학생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 때보다 나이도 먹고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활동으로 바쁜 멤버들이 오랜만에 함께 생활했던 그 시간이 god에게도 추억을 되살리는 시간이었지만 TV를 보는 나에게도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어주었고, 힐링을 안겨주었다. 그 덕분에 근 10년 만에 나의 ‘덕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평범한 다섯 남자는 나의 학창시절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앨범이 나오는 날이면 학교 마치고 레코드점으로 달려가 모아두었던 용돈을 탈탈 털어 테이프와 CD를 사왔다. 마이마이로 테이프가 늘어지게 노래를 들으며 가사집을 펴 놓고 가사를 외웠다. 학교에서는 맨날 친구들과 함께 멤버들 프로필과 인터뷰를 외웠고, 점심시간에는 교실 TV로 ‘god의 육아일기’를 볼 것이라고 다른 가수 팬들이랑 싸우기 일쑤였다.

지금이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검색만 하면 모든 영상을 찾아 볼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절에는 오빠들의 영상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보기 위해 TV에 오빠들이 나오는 날이면 신문 편성표를 찾아서 채널과 시간을 확인해서 챙겨보았고 시간이 나지 않으면 녹화를 해서라도 놓치지 않았다.

요즘에는 소속사별로 굿즈를 판매하고 있지만, 당시는 문방구가 팬들의 성지였다. 문방구에서는 다양한 연예인들의 인터뷰와 사진이 실린 미스터케이와 와와109 같은 잡지를 살 수 있었고, 오빠들의 모습을 인화한 실제 사진을 팔았다. 그 사진들은 각각 사진마다 포즈와 표정이 달랐기 때문에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사온 잡지에서 나는 god, 얘는 H.O.T., 쟤는 신화 파트를 찢어 나눠가졌다. 빠순이들의 추억팔이에 한몫 한 ‘응답하라 1997’에서 주인공 성시원이 잡지 한 장, 한 장 장인의 손길로 잘라내는 작업이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났었다.

 무언가에 급히 빠지고 금방 시들해지는 나였지만 오빠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설레게 한다. 아빠는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는 찢어놓은 잡지들, 노래 테이프, CD들을 보면서 이제는 좀 버릴 때가 되지 않았냐고 하시지만 내게 다신 없을 그 시절 열정을 추억하게 만드는 무엇보다 소중한 내 보물1호이다.

‘응답하라 1997’에서 성시원은 말한다. “빠순이가 어때서. 얼마나 건전한데. 계산하지 않고, 빠순이의 기본은 열정이야. 이걸로 사회에 나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아나”라고. 휴(休)덕은 있어도 탈(脫)덕은 없다는 말이 있다. 앞으로 다시 열정을 가질 무언가를 찾고, 다시 한번 ‘덕질’하는 뜨거운 2019년을 보내야겠다.


이해옥
부산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