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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유쾌한 승낙

시론

매년 초가 되면 한해의 학회 연자 섭외로 전화에 불이 나곤 한다. 학술 집담회 연제를 정하고 연자를 섭외할 때도 소위 최근 유명세를 타는 연자를 섭외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 “일정 확인 후 다시 연락드릴게요.” 아니면 “회장님 시간이 쉽지 않네요. 다음 기회에 발표하면 안 될까요?” 정중하게 거절하는 연자분에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다시 강의를 요청하지만 이미 쉽게 연자 승낙을 받기는 어려워 진 상태이다.

이럴 때는 솔직히 나도 모르게 이런 독백을 할 때가 있다. “나 같으면 저렇게 말하지 않을 텐데…” 아니면 “나 같으면 저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을 텐데…” 이런 나만의 끝은 대개 이렇게 마무리 된다. “저 사람 도대체 왜 저럴까?”

그런데 때로는 살다 보면 반대로 이렇게 독백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나 같아도 저렇게 말했을 거야” 아니면 “나 같아도 저런 식으로 행동했을 거야” 그러면 이런 독백은 대개 이렇게 마무리간 된다. “저 사람도 나름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느 쪽 말을 마음속으로 더 많이 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 같으면”이라고 할 때보다 “나 같아도”라고 말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 줄어들고 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문이 조금씩 열리게 된다는 걸 말이다.

얼마 전 모르는 전화번호가 핸드폰에 뜬다. 평소 같으면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도 않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전화를 받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치의신보 OOO입니다. 혹시 치의신보 시론 집필진으로 모시려 하는 데 괜찮으신지요?” 학회 연자를 섭외하며 유사한 전화를 하면서 연자 섭외가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나 같으면 저렇게 답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하였기에 상대가 모시는 이유를 말하기 전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머뭇거림 없이 즐거운 승낙을 하였다. 그리고는 “집필진 선정을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그리고 또 전화로 청탁을 하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셨습니까? 누구보다 그 마음을 알기에 기분 좋게 그리고 빠르게 승낙 드립니다” 전화를 기쁘게 끊고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어떤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하나?”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생기면 일단 “나 같으면”이라는 말부터 시작해 보는 습관을 줄이고 대신 “나 같아도”라고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최근 의료를 포함하여 경기 전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환자와의 불협화음도 더 많아지고 직원들 이직 등과 관련, 크고 작은 문제가 치과계 전체에 산재하고 있다. 문제의 해결은 나부터 돌아보는데서 출발하였으면 한다.

오늘은 조금 더 겸손한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나 같아도”를 먼저 시작하면서 그 속에서 진정한 평화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 진 교수/가톨릭대 치과학교실 구강악안면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