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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놓치면 손해”라고 업체들은 유혹했다"

<기획시리즈>
(상)다시 돌아 온 업체 먹튀 ‘부메랑’
(하)예방하려면 먼저 ‘계과천선’법칙

본 기사는 취재원보호 차원에서 익명 처리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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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상)다시 돌아 온 업체 먹튀 ‘부메랑’         

 (하)예방하려면 먼저 ‘계과천선’법칙


치과 개원가의 방심을 파고든 일부 업체의 무책임한 영업 방식이 이제는 다양한 양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피해를 본 치과의사들은 ‘설마’하던 찰나가 훗날 ‘아차’로 돌아왔다고 떠올린다. 이번 기획 시리즈에서는 치과의사들이 실제로 겪은 업체와의 분쟁 피해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편집자주>


치과 기자재업체와 개원가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자들의 빗나간 영업 행태에 치과의사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치과업계의 부실이 누적되면서 갑자기 본사나 대리점이 폐업하거나 물건 배송을 일방적으로 중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사후 처리와 피해 보상여부를 두고 양자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치과의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치과기자재를 판매한다면서 돈을 챙기고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행각을 벌이는 일부 업체들의 사례는 개원가가 두 번 세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리스 계약이나 개원의의 방심을 악용한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한데 묶어 ‘계.과.천.선’의 법칙으로 정리했다.

# 관행 보다는 계약서가 ‘먼저’

계약서는 분쟁 해결과 예방의 첫 번째 열쇠다. 계약서를 반드시 쓰는 것은 물론 반품 및 교환 조건을 명시해 불필요한 분쟁의 여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피해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물건 구매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채 최초 계약사항과 영업사원을 믿고 기자재들을 구매하는 그동안의 ‘관행’ 때문에 촉발된 경우가 많다.

이에 더해 원장이나 직원들이 납품 전후 과정의 흐름이나 재고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악용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캐피탈 사를 끼고 기자재 장비 계약을 진행했던 A 원장은 캐피탈 사 관계자가 아닌 해당 업체의 직원이 들고 온 계약서에 별 다른 의심 없이 사인을 했고, 이 업체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결국 막대한 리스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 거래 업체라도 이상하면 ‘돌아보기’

과거부터 거래한 실적이 있는 업체라고 하더라도 거래 과정만큼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오랜 기간 관계를 맺었던 업체에게 사기를 당한 B 원장이나 동문회 선배에게 추천 받은 업체에게 큰 피해를 본 C 원장의 사례에서 보듯 과거의 인연이 현재의 신뢰를 조건 없이 재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갑자기 파격적인 거래나 계약 조건을 제안한다면 일단 그 배경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믿고 거래하던 업체가 갑자기 자금 회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또 급하게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고객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 아닌지 주변을 통해 ‘평판 조회’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불완전 계약 치과의사 근심으로”

천천히, 주의 깊게 살피는 마음의 여유도 ‘먹튀’를 예방하는 선결 조건 중 하나다. 업체와의 거래가 원만히 성립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불완전한 과정에 있다.

특히 업체와의 분쟁에 휘말린 경험이 있는 개원의들은 한 목소리로 ‘놓치면 손해 본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D 원장 역시 이런 조급함 때문에 수천만 원 대의 소모성 재료를 선 계약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영업 담당자가 잠적을 해 버린 후 그에게 남은 것은 할부금 잔액과 매매 계약서뿐이었다.

정말 우리 치과에 꼭 필요한 제품인지, 이 가격대에 제공되는 게 맞는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시간을 갖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특히 급한 마음에 쫓기다시피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했는데 예상만큼 재료를 소진하지 못했을 경우 남은 재고 역시 결국 우리 치과의 부담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연락 두절·선결제 유도 ‘일단 의심’

선결제를 일방적으로 유도하는 업체 역시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확률적으로 자금이 급한 업체일수록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선결제 시스템의 경우 잘만 활용하면 개원의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특히 해당 업체가 비대면 온라인 거래만을 주장하거나 홈페이지 상의 연락처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등의 의심쩍은 정황이 포착된다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장기 계약이나 대량 구매를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단 유통기한, 반환 및 A/S 조건 등의 구체적 기준을 적시한 계약을 체결하고 치과의 최종 경영 책임자인 원장이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반드시 숙지해 불합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