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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추천도서-실검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우리는 자신만의 도덕적 잣대로 끊임없이 타인을 판단합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 포털 상단에 위치한 ‘실검’입니다. 조회 수와 댓글이 많을수록 순위가 올라가는데 끊임없는 도덕적 판단이 댓글로 이어집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들이 많아서 그렇지만 사실 소설책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나옵니다. 소설가이며 철학자인 밀란 쿤데라는 “소설은 도덕적 판단이 금지된 땅”이라고 했습니다.

즉, 소설을 읽을 때에는 도덕적인 판단을 하면서 읽지 말라는 것입니다. 도덕적 잣대를 갖다 대지 말고 소설속 인물들이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도덕적 판단이 너무 앞서면 남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고 남을 너무 쉽게 판단해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소설을 읽고 작품의 주제와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심지어 그 내용을 암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그 속에서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도덕적 판단을 명확히 해야 할 것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소설을 통해 인간세상은 녹록치 않고 다양한 감정이 대립하고 충돌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현실에서도 나의 내면을 넘어서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소설은 타인의 행동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와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우리의 감정이 풍성해지는 것입니다. 소설을 꾸준하게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강한 울림에 다시 읽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낭만소설

『오카피를 보았다』 황소자리, 2018
독일에서 베스트셀러였다고 해서 구매했다가 반년 만에 꺼내 읽게 된 소설입니다. 상상의 동물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오카피는 20세기 들어서 처음 발견된 포유동물로 종아리는 얼룩말처럼 생기고, 엉덩이는 맥, 몸통은 기린처럼 생긴 데다 노루의 눈과 쥐의 귀를 지닌 아름다운 동물이라고 합니다. 주인공의 할머니가 꿈속에서 오카피를 보면 스물네 시간 안에 누군가가 죽는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묘한 분위기로 시작해 다양한 등장인물의 생애가 비쳐지는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책입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모여서 기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오카피처럼, 이 소설은 꿈과 현실,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 같은 상반된 풍경이 잘 조화되어 강함 울림을 줍니다. 어느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책이어서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모처럼 만난 따뜻한 낭만소설이었습니다. 내 주변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삶의 조각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동생이 죽었을 때 주인공에게 해 준 말이 아직도 제 귀에 아른거립니다. “아가야, 세상은 여전히 있단다. 한 사람을 뺀 온 세상이 여기 있지.”

제대로 나이 먹은 꼰대
김 훈의 진경을 맛보다

『연필로 쓰기』 문학동네, 2019

저자의 집필실 칠판에는 ‘必日新(필일신, 날마다 새로워야 한다)’ 세 글자가 써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200자 원고지에 연필로 눌러쓰는 방식을 고집하는 몇 안남은 작가로 ‘몽당연필을 든 무사’로 불리는 김 훈. 예전에 저자가 ‘산문은 노인의 장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일과 기억의 파편들을 끄집어내고 파헤쳐 거듭 살아본 후에야 제대로 간신히 쓸 수 있는 장르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가이기 전에 이미 탁월한 에세이스트였던 그는 어느덧 칠순에 이르러 스스로의 내면과 대한민국 현대사를 아우르며 이 ‘노인의 장르’를 완성해가는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 나이에는 예민한 정치적 이야기도 제대로 읽힙니다. 슬픔과 분노를 잠재우지 않고 그 감정을 솔직하게 써 내려갑니다. 심지어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수십 쪽에 걸쳐 써 놓았을까 싶은 ‘똥’에 대한 철학도 더럽거나 천박하지 않습니다. 나이든 제대로 된 꼰대 김훈의 진경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머리를 비우고 읽어봅시다. 이 글들이 그저 연필로 눌러쓴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듣는
명강의 시리즈 ‘서가명강’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21세기북스, 2019

명강의는 누구나 듣고 싶지만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은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고 이 강의를 엄선하여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가 출간됐습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교양을 얻을 수 있으니 안 읽어볼 수 없죠. 시리즈의 첫 번째가 바로 이 책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교수이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유성호 교수의 교양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20년간 1500건의 부검을 담당한 매주 시체를 만나는 법의학자에게 죽음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일까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싶어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런 그의 고민와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제대로 된 삶을 위해서 죽음을 고민해 봐야 하는 역설적인 삶의 가치를 어떻게 풀어 가는지 독자의 눈높이로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다소 끔찍한 내용도 들어 있지만 오히려 죽음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계속 출간될 서가명가 시리즈를 고대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