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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과 학벌주의 패러다임

Relay Essay 제2349번째

대학병원 정교수, 차장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 등 우리사회에서 나름 상류계층이라 불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학벌, 권력, 재산 등이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그들만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정의롭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이 최고 학벌을 획득해 그들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대물림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자녀들도 그런 부모의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 화제가 된 드라마 ‘SKY 캐슬’ 이야기다.

계층사회, 학벌주의나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SKY 캐슬’ 내용은 구현하는, 비현실 같은 현실은 훨씬 적나라하고 충격적이다. 일명 상류계층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로 그려지고는 있지만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깊게 병들어 있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 낸다. 사교육비가 수억인지 수천 혹은 수백 단위인지, 입시에 올인하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에 차이가 있겠지만 온 가족이 수험생의 입학시험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그것에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자도 하며 가족 구성원의 행복을 유예하는 상황 앞에 자유로운 가족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지난 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분노를 일으켰다. 교무부장 아빠가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와 답안을 미리 알려 줘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내가 또는 내 자녀가 그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내신에 대한 학생, 대학, 학부모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그런가 하면 자녀의 입시에 활용하기 위해 대학교수들이 자신의 논문에 자녀를 공동 저자로 끼워 넣은 사례도 다수 적발되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에 살고 있는 것이다.

수능이든 학생부종합전형이든 입시제도의 변화는 항상 그에 최적화된 사교육을 만들어 낸다. 돈 있고, 정보 있고, 인맥을 갖춘 이들은 입시가 어떻게 바뀌든 문제될 것이 없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간다. 적어도 우리사회가 의사·변호사 같은 전통적인 전문직에 대한 선망을 버리지 못하고, 학벌주의에 갇혀 돌아가는 한 지속될 것이다.

미래 노동시장은 학력·학벌과 상관없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한 인재인 ‘뉴칼라’의 시대이다. AI전문가, 유전체전문가 등 새로운 직업에 대한 수요는 바로 코앞에 다가왔고, 초등학생 장래희망에 유투버가 5위에 올랐다.

적나라하게 노골적으로 욕망을 그려내고 실천하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이 씁쓸하지만 이 드라마가 단지 우리 사회의 무의식 중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자극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목적에서 나아가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조금이나마 보여준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준호
부산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