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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윤리서적 번역, 각성과 회복을 위한 발걸음

Relay Essay 제2351번째

치과계의 전통적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정치인이나 경제인이나 교육자를 포함한 어떤 직업군도 존경받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의사는 ‘인술’로 사람의 목숨을 건지고 건강을 돌봄으로 존경을 받았지만, 이제는 ‘칼든 OO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치과의사로 살아가면서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질 때도 있지만, ‘자동차 경정비와 치과에 가기가 두렵다’는 말을 들을 때면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쟁이 심해지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과 경쟁에서 쳐지면 죽을 것이라는 압박감은 ‘인술’이 아닌 ‘이윤의 극대화’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부실한 치과교정 진료’,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환급과 손해 배상’, ‘이벤트 내용과 다른 과장 광고’등 이른바 먹튀 치과의 폐해를 봐도 그렇다. 

또 일부 치과의사들의 윤리의식 실종 사례 중에는 동료 치과의사가 한 진료행위를 환자 앞에서 심심치 않게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상당히 실력 있는 치과의사라는 자부심이 동료 치과의사들을 매도하는데 쓰여지는 것이다. 심할 경우 환자를 진료하면서 전에 진료했던 치과의사의 실력을 비하하거나 돌팔이로까지 매도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진료비를 비싸게 받았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치과계에 강력한 윤리강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러 관련 전문가나 공청회, 대학교육 현장 등에서 나왔으나, 그 어려움을 누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윤리적 판단의 기저에는 가치관이 있고, 가치관의 바탕에는 세계관이 있다. 그런데 세계관은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많고, 그 절대적 가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세계관도 흔들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종교, 철학적으로는 고려시대 불교에서 조선시대 유교를 거쳐 민속에 흐르는 도교적 세계관과 무속의 혼재, 또 여기 서구 문명과 함께 들어온 과학주의, 물질주의, 포스트 모더니즘이 혼재돼 있다.

여기 더해 민주주의 이념이 발전해 오며 지나치게 되면 다수의 폭압에 의해 소수의 의견이 억압받는 문제 등 다양한 세계관, 가치관의 혼돈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더욱 윤리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

더불어 윤리기준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이를 교육한다고 윤리적이 될까라는 의문도 따른다. 그럼에도 그 마저도 안한다면, 또 여러 윤리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또 따르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DSI(덴탈서비스인터내셔날)이 참여한 ‘치과임상윤리(역자 노동래, 이철규·명문출판사)’ 발간 사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치과의료윤리 정립을 위한 기본 틀과 원칙을 세워나가는 노력조차 없다면 치과계 전체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각 대학에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로서의 치과윤리의 기본 틀을 잡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교과서부터 필요한 상황이었다.

미국 치과의사 면허 시험을 지원하였을 때, 의료윤리학이 출제되어 있는 것에 충격을 받고 직업윤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게 된 이철규 원장은 미국 치과윤리 서적 번역에 깊은 열망을 갖고 있었고, 작은 모임이지만 5년 이상 동네 치과에서 직면하는 여러 문제들을 다루는 ‘좋은 치과 만들기’에서 윤리학 교과서 번역을 제한, 최근의 출판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법망을 피하면서 일으키는 윤리적 문제들을 보면서, 이번 치과윤리 서적 출판을 계기로 치과계가 먼저 전문인 윤리의 토대를 세우는 모범을 보이고, 실추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상두 예은치과원장, DSI출판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