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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

중기의 재미있는 구강 세균 이야기(7)


연재순서
1회 구강 세균의 유래
2회 구강 세균 명명법
3회  세균들아 입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니?
4회  치아우식증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5회  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6회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균주의 다양성
7회  구강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
8회  잘 있고 있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구강위생용품 사용법
9회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10회  에필로그


요즘 치의학계를 비롯하여 의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끄는 연구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구강 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일 것입니다. 구강에 있는 세균이 어떻게 심혈관질환, 치매, 조산, 유산, 저체중아, 대장암, 폐질환, 패혈증 등의 전신질환 발생이나 진행에 영향을 줄까요? 그것은 바로 치주질환이나 치수염에 의해 파괴된 구강조직의 혈관을 통해 구강 세균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전신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혈관은 구강 세균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에게는 일종의 고속도로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그래서 스케일링을 받으면 일시적인 패혈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일반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혈액에는 구강 세균에 대항하는 방어군(대식세포, 백혈구, 항체 등을 포함한 면역계)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가는 모든 세균 종들은 전신질환을 유발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 혈액에 존재하는 면역계에 의해서 죽지 않아야 합니다. 2) 혈액에서 특정 장기로 침입하기 위해서는 혈액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즉, 직접 혈관내피세포를 투과할 수 있거나 손상된 혈관을 통해 장기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혈관내피세포나 특정 장기에 부착할 수 있는 부착소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3) 부착한 후에 살아남아 집락화(colonization) 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특정 장기를 파괴할 수 있는 무기(예, 단백 가수분해효소 등)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세균성 심내막염의 원인균 중 하나가 치아우식증 원인균인 Streptococcus mutans(Sm)입니다. Sm은 collagen-binding proteins라는 부착소를 이용하여 손상된 심장 판막에 부착한 후 집락화하여 심내막염을 유발합니다(Infect Immun. 2017;85:pii: e00401-17). Fusobacterium nucleatum(Fn)의 경우에는 FadA라는 부착소를 통해 구강조직 세포뿐만 아니라(그림 1) 대장암 부위 상피세포에 부착하여 대장암의 진행을 악화시키는 것이 보고되었습니다(Cell Host Microbe, 2013;14:195-206). Fn은 혈관내피세포 사이의 gap junction을 투과하여 인접 장기로 침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태반을 침입(invasion)할 수 있어 조산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Fn은 구강상피세포를 침입할 수 없는 Streptococcus cristatus와 응집하여 함께 구강상피세포로 침입한다는 것입니다(Infect. Immun., 2006;74:654-662). 또한, Fn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구강에 존재하고, 대부분의 구강 세균 종들과 응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즉, 많은 구강 세균 종들은 Fn과 함께라면 전신 조직에 침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 약하신 분들을 위해 Fn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람보 중 하나인 Porphyromonas gingivalis(Pg)와 알츠하이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츠하이머는 일종의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뇌질환이라는 의미입니다. 알츠하이머의 특징은 beta-amyloid(βA1-42)의 뇌조직에 과도한 축척과 함께 뇌세포의 골격 유지에 중요 역할을 하는 tau 단백질의 과인산화에 의한 뇌세포 손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Pg가 알츠하이머가 발병된 뇌 조직에서 발견되었고, Pg 지놈 DNA도 뇌척수액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Science Advances, 2019;5:eaau3333). 이를 발견한 저자들은 Pg가 뇌에 침입하여 βA1-42 축적를 증가시키고, Pg의 강력한 미사일인 gingipain(단백분해가수분해효소)가 tau 단백질을 손상시켜 알츠하이머 발병에 관여한다고 하였습니다.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면 결국은 치매(dementia)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알츠하이머성 치매라고 합니다. 치매는 질병이라기 보다는 인지력과 기억력이 감퇴하는 증상을 뜻하며, 여러 가지 원인인자에 의해 발생합니다. 그들 중 세균 감염과 염증도 중요한 원인인자입니다. 즉, Pg를 비롯한 구강 세균에 의해서도 치매가 유발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만성 치주염이 치료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생성되어 뇌조직에 전달되어 치매를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작용은 양날의 칼과도 같습니다. 염증반응이 시작되면, 우리 몸은 염증반응이 일어나는 곳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 그곳을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염증반응을 유발하였던 원인인자가 제거되면 파괴된 부분을 재생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아파트를 개조(remodeling)할 때와 똑같은 원리입니다. 즉,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먼저 제거한 다음에 새로운 자재를 이용해서 새롭게 꾸미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러한 염증반응의 시작과 끝을 구강조직 세포들은 어떻게 알까요? 그것이 바로 염증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사이토카인들입니다. 그럼 염증의 시작을 알리는 사이토카인은 무엇일까요? 대표적인 것이 interleukin-1β (IL-1β)a, tumor necrosis factor alpha (TNF-α)b, prostaglandin E2 (PGE2)c 등입니다. 이들 사이토카인들은 염증뿐만 아니라 노화(aging)나 스트레스(stress)에 의해서도 발현이 증가합니다. 즉, 스트레스를 받거나 염증이 발생하면 노화가 빨리 진행되어 수명이 단축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핀란드에서 7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구강 세균 감염 또는 치주질환이 사람의 수명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논문이 2편 출판되었습니다(Gerodontology 2005;22:151-157, Spec Car Dentist 2003;23;125-130). 제가 21년째 아침마다 고혈압약을 먹고 있습니다. 저를 진단하였던 내과 선생님께서 “국선생님이 고혈압약을 복용하지 않으시면, 처음에 눈이, 그 다음엔 신장이, 마지막으로 심장이 손상되어 10년을 넘기지 못하실 겁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만성 치주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구강 세균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현 유도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들이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전달될 것이고, 이에 우리 장기들은 계속 파괴될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구강 세균 또는 이들에 의해 발현 유도된 염증성 사이토카인들은 파괴된 구강조직의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서 여러 전신질환의 발병 및 진행에 영향을 주고, 노인의 경우 수명까지 단축시킵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잇솔질과 치실, 치간 잇솔 및 가글용액 등의 구강위생용품을 이용한 구강 건강관리가 전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호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잘 모르는 치약과 가글용액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각주
a: IL-1β는 대식세포, 단핵구, 중성구, NK-세포, 구강 상피세포 등에서 발현되는 대표적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다(Cell Commun. Signal. 2019;27;17:18, Cytokine 1996;8:161-167).
b: TNF-α는 구강 상피세포, 단구 및 대식세포 등에 의해 생성되는 강력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며, 치주염에 의한 뼈 손실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Odontology, 2019; doi:10.1007/s10266-019-00435-5).
c: PGE2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arachidonic acid를 전구체로 하여 cyclooxygenase 2 (COX-2)에 의해 생합성되는 염증반응 매개자로서 역할을 한다(J. Clin. Periodontol., 2013;40:1112-1117). 특히 PGE2는 결합조직의 물질대사 변형을 초래하고 파골세포에 의한 골흡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Periodontol 2000, 2007;43:85-101).

국중기 교수
조선치대 구강생화학교실 및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