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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우리가 동네북이냐” 치의 슬픈 자화상

환자에 얻어맞고 탈세한다 의심받고
언론선 일부 일탈행위로 전체 매도
각종 의료 규제에 “숨통이 막힌다”

본 기사는 취재원보호 차원에서 익명 처리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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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 지난 201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광주 여자 치과의사 피습에 이어 최근 대전에서 치과의사가 골프채로 환자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치과계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의료인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관련 법 조항도 일부 환자들의 폭주를 막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는 불안한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과계를 돈만 밝히고 탈세를 일삼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과 일부 자극적인 언론 보도, 그리고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체계를 포함한 정부의 각종 과잉 규제 등이 치과의사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 혹시 나도?! “진료하기 겁난다”

진료실은 물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행되는 일부 환자들의 폭행에 따른 불안감은 이미 한계점을 넘었다. 언제 구타를 당할지 불안해서 진료를 못 보겠다는 치과의사들의 항변이 쏟아지고 있으며, 진료 시간에 방범 장비를 갖추고 진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읊조림은 개원가의 불안감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예다.

2018년 2월 충북 청주 모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에 앙심을 품은 환자가 치과의사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된 것을 비롯해 2016년 11월에는 대전의 모 치과에서 아내가 1년 전 시술받은 임플란트가 빠졌다는 이유로 원장을 폭행한 폭행범이 범죄 전과만 24회에 이르는 범법자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 번 더 치를 떨어야 했다.

 

이른바 ‘임세원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무용지물. 치협을 비롯한 보건의약계는 정부, 국회, 시민단체 등을 통해 의료인 폭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근원적인 제도적 장치를 절실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 개원가 각종 제도 현실 반영 해달라 호소

환자들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는 치과계는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정부의 각종 정책 및 제도 때문에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체계. 

65세 이상 노인 임플란트 건보적용 시술시 최종 보철물을 PFM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등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환자의 요구 또는 평소 소신대로 골드나 지르코니아 등 다른 재료로 보철물을 올렸다간 앞서 했던 진료에 대해 부분 환수되는 것은 물론, 행정처분까지 받게 되는 상황이 되고 마는 것.

경기도 파주의 K 원장은 “추가적인 금액을 더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정해진 보철물만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진료현장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가능한 신속히 건보체계에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인천에서 개원하고 있는 교정 전문의 C 원장은 보험청구 항목이나 인정 횟수에 대해서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C 원장은 “교정환자의 경우 정기적인 스케일링 등 플라크 컨트롤이 중요한 데 이에 대한 급여적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교합조정 시 인정 치아 개수를 네 개로 한정하는 것도 황당한 부분”이라며 “이러한 각 진료파트별 현실을 무시한 급여가 많은 것 같다. 공무원들이 치과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보험진료를 많이 하는 인천 D 원장의 경우 기준이 불명확하고 급여 지급이 늦은 점을 문제 삼았다. D 원장은 “급여가 삭감된 부분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대고 소명했는데, 그대로 삭감된 경험이 있다. 그 이후 스스로 합당한 청구를 하고도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며 “또 청구금액이 너무 늦게 입금되는 부분에 있어서도 불만이 많다. 직원 월급과 월세도 내야 하는데 불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 곱지 않는 잠재 탈세 범법자 “벙어리 냉가슴”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일부 언론의 탈세 보도는 치과계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좋은 도구로 변질된 지 오래다.

전체 매출이 거의 100% 노출되는 시대임에도 바뀌지 않는 세무당국의 고질적인 색안경 또한 치과의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 말 그대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이 요즘 개원가의 현실이다.

‘치과의사 탈세’ 키워드만 입력하면 인터넷을 통한 자극적인 언론 보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기 딱 좋은 기사들이 넘쳐난다. 전체 의료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펼쳤고 적발된 치과의사들 또한 일부에 불과하지만 세간의 보는 시선은 냉담하다.

극소수 잘못이 마치 치과계 전체가 탈세를 한 것처럼 매도되는 것이 안타깝고,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환자들의 치료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강남의 H 원장은 “의료기관 매출 투명화로 인해 탈세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됐으며,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양심진료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의료인들의 탈세 보도는 치과의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으며, 이에 대한 악성 댓글로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심지어 댓글을 통해 항변하지만 이 또한 호의적인 반응은 커녕 악성 댓글이 또 달려서 또 다른 상처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한탄했다.


심지어는 본인이 치과의사라는 사실조차도 숨기고 싶다고 개탄하는 치과의사들도 있다.

서울 대형병원 치과에 근무하고 있는 L 교수는 “이런 보도를 접할 때 마다 치과의사라고 말하기 부끄럽고 민망하기까지 하다”면서 “탈세, 허위 및 부당청구, 과잉진료 등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일부 몰지각한 치과의사들은 내부 자정작용에 의해 반드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며, 의료인 전체의 문제를 치과의사만의 문제로 몰아가는 언론행태 및 정부의 편협한 시선도 함께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위에 열거한 대표적인 문제 외에도 구인구직난, 경영악화 등 개원가를 옥죄는 다양한 제도적인 문제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치과의사들의 고되고 피 말리는 삶은 하루하루 계속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의료인 폭행 사례(치의신보 재구성)

 

일시

사건 내용

2019년 6월 21일

대전 치과의사 골프채 피습

2018년 4월 21일

전주 치과위생사 흉기 피습

2018년 12월 31일

서울 조현병 환자 임세원 교수 살해

2018년 7월 31일

경북 구미 주취자 응급실 전공의 폭행

2018년 7월 6일

강릉 정신병원 환자가 망치로 의사 폭행

2018년 7월 1일

전북 익산 주취자가 응급실 전문의 폭행

2018년 2월 20일

청주 임플란트 치료 불만환자 흉기 폭행

2016년 11월 21일

대전 임플란트 시술 불만환자 치의 폭행

2016년 8월 31일

광주 내원 후 우울증 발병을 이유로 여성 치과의사 흉기 폭행

2011년 9월 28일

오산 치료불만 환자가 치과의사 살해

2008년 7월 29일

분당 치료불만 환자가 임신한 치과의사 폭행

2001년 12월 5일

목동 환자 위장한 강도범들이 치과의사 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