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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해외세미나 참석도 ‘찬바람’

환자 줄고 추석 연휴 흥행부진 직격탄
가성비·가심비 추구 합리적 세태 반영

경기침체로 개원가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치과계 세미나 시장에도 한파가 몰려오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열리는 유력 학회들의 연례 학술대회나 연수회에 국내 치과의사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8일 일선 개원가 및 학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기 불황의 여파가 해외 단기 연수회부터 학회 개최 학술대회까지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개원 중인 40대 중반의 한 치과의사는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참석하던 유럽임플란트학회(EAO)에 올해는 참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개최 장소인 리스본까지의 왕복 비행시간을 포함해 일주일 가까이 치과를 비우기에는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너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개원이 잘 돼야 세미나도 다닐 힘이 생기는데 최근 치과 환자가 갈수록 줄고 있는 상태라 남 몰래 걱정이 많다”며 “특히 9월 초에 추석 연휴가 끼어 있기 때문에 다시 월말에 별도로 시간을 내 해외 학회에 참석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 모 교수는 “올해 EAO의 경우 교수들을 제외하면 주변에서 가겠다는 개원의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행사장에 가면 최근에는 한국 임상가들 보다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치과의사들이 더 눈에 많이 띄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써티’ 때문에 참석? “옛날 말”

불황 외에 달라진 세태도 영향을 미쳤다. ‘마른 수건’을 다시 한 번 짜내는 움직임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인 혜택이 없는 세미나라면 ‘이름값’만으로 덜컥 참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수도권에서 개원 중인 한 원장은 “예전에는 임플란트 업체들이 주도하는 해외 세미나 참석 패키지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치과의사들도 굳이 도움이 되지 않는 해외 학회에 큰 관심이 없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일부 학회나 사설연구회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특히 해외 유명 치과대학 현지 연수를 핵심 테마로 구성하던 일부 그룹들의 활동 역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연수생들을 모아 연 2회의 해외 연수를 진행하고 있는 모 세미나의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써티(수료증)’ 때문에 등록을 한다거나 특정 대학 연수회 순서에 등록이 몰린다거나 하는 현상이 거의 사라졌다”며 “아무래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다보니 철저히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가 등록의 기준이 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 국내 연자·연수회 경쟁력 ‘세계적 수준’

연수회 개최지에 따라 ‘흥행’이 좌우되는 경향 역시 크게 줄었다. 예전에는 서유럽 등 주요 휴양지에서 행사가 열릴 경우 개인 휴가를 겸해 등록을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휴가를 별도로 가는 것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가 더 높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치과계의 위상과 학술 역량이 부쩍 높아진 것도 해외 세미나에 소극적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제는 저명한 연자가 내한 강연을 펼쳐도 예전과 같은 인기를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해외로 나가 따로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평소 ‘세미나 마니아’로 소문나 있는 한 임상의는 “국내 연자들의 경우 이미 높은 임상 수준과 증례들을 보유하고 있고 연수회 자체 시스템도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해외 세미나나 학회에도 여러 차례 참여해 봤지만 특별한 경험일 뿐 임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