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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는 책상서랍 조사 건보공단 시정하라

사전통지 의무, 조사 사유도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국가인권위, 복지부·공단에 현지조사 제도개선 권고

만약 당신이 현지조사를 당할 상황에 처해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조사관들이 동의 없이 직원들의 책상서랍과 사물함을 열어 서류를 찾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럴 때엔 지체 없이 당당하게 거부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현명하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이하 국가인권위)가 현지조사 시 벌어지는 건보공단 조사관들의 막무가내식 조사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는 건보공단의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와 관련된 2개의 진정사건을 각각 인용 결정하고, 건보공단 이사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조사 관행 개선 및 관련 지침을 명확하게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두 사건의 진정인들은 각각 서로 다른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원장, 부원장으로 ‘건보공단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방어권과 인격권 등이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들은 건보공단 조사관들이 ▲조사 받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전·현직 직원, 수급자와 보호자들을 면담하고 자료를 영치했고 ▲병원출입기록 등 민감정보를 동의 없이 조사에 사용했으며 ▲직원들의 책상서랍과 사물함을 동의 없이 직접 열어 자료들을 영치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조사관들은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등의 부정수급 및 위법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 같은 조사방법은 진정인들에 대해서만 특별히 불리하게 대우한 것이 아니라 평소 수행하는 조사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행정조사기본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규에서 정하는 조사권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부당하게 조사대상자들의 방어권 등을 침해하는 방식이라 보고, 건보공단의 조사방법이 지나치게 조사기관의 편의성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증거인멸과 관련한 구체적 정보가 입수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행정조사기본법 상 사전통지 의무를 이행하고 조사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하며 혐의가 없는 직원들의 병원출입기록까지 동의 없이 조사에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또한 현지조사를 실시하면서 특정한 증거를 긴급하게 확보할 필요성이 없음에도 조사관이 현장에 부재한 직원들의 책상서랍과 사물함을 동의 없이 열어 관련 서류를 찾는 행위도 행정조사기본법 상 허용되지 않는 조사방식이라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건보공단 조사관들이 장기요양기관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하면서 이 같은 조사방법을 선택한 것은 조사 대상자의 방어권과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들을 침해한 것으로 결정했다.

또한 이 같은 조사방식이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관행적인 조사 방법의 문제로 건보공단과 보건복지부 차원의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지침 개정 등 관련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 이병설 숨메디텍 대표는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 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여부를 확인·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 환수 및 행정처분 등을 실시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행정조사로 일선 개원가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제도”라면서 “현지조사는 사전통지가 원칙이다. 조사명령서, 요양급여 관계서류 제출요구서 및 현지조사 사전통지서를 미리 요양기관에 발송하도록 돼 있으므로 현지조사를 당하더라도 권리를 찾아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