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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길

스펙트럼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시험을 겪는다. 특히 의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많은 시험을 경험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시험에 능숙해져 있어야만 대학 입학을 허락받을 수 있고, 학부에서도 다른 전공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양의 시험을 거친 후에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할 수 있다. 게다가 졸업 후에도 시험을 볼 기회들이 생기고 있으니 다들 시험의 달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최근 치과의사 열 명중 한 명은 응시했다는 시험이 있었다. 다양한 연령의 치과의사들이 예전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시험을 준비했고, 각자 터득해온 노하우를 활용하여 모두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렀다. 시험이 끝난 후 수많은 인원이 시험장 이곳저곳에 모여 후기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대형 박람회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운동이나 음악 등에 취미가 생겨 실력을 늘리기 위해 레슨을 받게 되면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반인이 열심히 노력해도 하기 어려운 것들을 쉽게 해내는 것을 볼 때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은 쉽게 되는데 왜 나는 안될까 하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으로 간단하고 수월하게 해내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내면에는 한 분야를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갈고 닦아온 노력과 열정이 온전히 담겨있다.

소싯적에 학업에 매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볼 때는 수많은 시험을 어렵지 않게 헤쳐나가는 모습 또한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각자가 모두 원하는 정도의 성적을 내지는 못할 수 있을지라도, 이렇게 방대한 양의 공부를 해낸다는 것 자체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어떤 이는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겨우 커트라인을 면하는 공부를 해왔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다들 수없이 많은 경험을 쌓고 이뤄냈다. 충분한 경험 없이 뒤늦게 학업에 뛰어든 사람이 이 모습을 본다면, 이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내는 것들 이상으로 대단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모두 학업과 시험에 있어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공을 꿈꾸는 직업을 갖게 되면 평생을 공부를 통해 발전을 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좋은 직업만 가지면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이후부터가 더욱 치열하고 고독한 경쟁이 될 수도 있다. 스포츠나 예술 계통의 전문가들을 보면 이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성공한 톱스타라 하더라도 그것에 안주하여 훈련을 게을리 하면 쌓아온 것들을 금세 잃게 된다.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더욱 정진하고 노력하여야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는 직위나 직책만이 아닌 보여줄 수 있는 역량에 따라 평가받게 되는 사람이다. 이를 평가하는 주체는 중요한 자격을 부여하는 큰 시험이 될 수도 있지만, 매일 마주치게 되는 한명 한명의 주변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조건에서든 충분한 역량을 보일 수 있도록 계속 매진해야 한다. 그 결과로 해낸 것에 대한 존중과 인정을 받게 된다면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오히려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실망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TV에서 보는 유명 스포츠 선수가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비난하면서 본인의 역량은 정체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전문가의 길에 발을 딛는 순간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은 숙명과도 같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준 전 회장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