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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Relay Essay 제2359번째

작년 초에 방영한 드라마이지만 종영한 지 한참이 지난 후 누군가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사람 사는 법”에 대해 묻고 사는 어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동훈(극중 이선균)과 지안(극중 아이유)은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드라마에서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지만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항상 양심을 선택한 중년의 회사원 동훈과 사채업자에 시달리고 살아가며 돈을 받고 24시간 동훈을 도청하는 지안을 통해 관찰되는 동훈과 그 주변인들의 평범한 일상들을 담아낸다.

여전히 나이만 들었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는 어른들을 위해, <나의 아저씨>는 이 시대의 격언을 남긴다.

자신이 애써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이지안 할머니의 장례식에 쏟아 붓고는 한없이 행복해 하는 동훈의 형처럼,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추운 아이를 알아버린 바람에 그 아이를 책임지고자 애쓴 동훈처럼, 비록 실수는 했지만 도망치지 않고 책임지려 했던 박동훈의 아내처럼, 그리고 기꺼이 ‘우리 사람’이라며 지안을 반기고 함께했던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던 후계동 사람들처럼, 드라마는 사람답게 행복해지는 방식에 대해 진득하게 그려내며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그리고 극중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통해 “여전히 내가 살아 있으며, 내 안에 따뜻함이 남아 있고, 내가 필요한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그들이 의지하던 모든 것들이 무너졌을 때조차 힘겹게, 하지만 마음을 담아 ‘파이팅’이라고 외쳐 주는 한 사람이 있었기에 그 순간까지도 버틴다.

인턴을 거쳐 치과대학병원 전공의로서 첫발을 내딘 작년 한해는 내게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였다.

누구에게나 어떤 일의 처음이 있듯이 지난 한해는 내게 교정과 전공의로서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게 치료받는 환자들에게 만큼은 처음이 아닌 것처럼, 서툴지 않고 능숙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처음이기 때문에,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서툴렀기 때문에 외래를 마치고 하루를 되돌아보면 속상하고 아쉬운 일들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아 항상 속상했던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동안 힘들 때 의지할 수 있고 나에게 마음을 담아 응원해준 “나의 아저씨”들이 존재했기에 잘 버틸 수 있었고 1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더 성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해 동안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렀던 나에게 든든한 “나의 아저씨”가 되어준 교수님과 의국 동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정규성
부산대치과병원 교정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