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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구강보건의료정책연구는 누가 하는가?

Relay Essay 제2365번째

본인은 그다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하는 구강보건의료정책분야 연구원입니다. 소위 돈이 되는 일이 아니어서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끌지 못하는 분야입니다. 과거에 복지와 정책은 부자들만 하는 일이라고 치부되었던 것처럼 구강보건정책분야도 경제적으로 넉넉하거나 공직에 뜻이 있는 자들만 했었던 분야라고 생각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는 정작 그런 분들 보다는 구강건강증진에 대한 소명의식과 애정을 가지고 일을 하시는 분이 더 많이 계십니다. 본인이 10년도 채 안된 연구 경력으로 정책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독자 분들에게 저희 분야에서 현실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정책 실현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전달드리고 관심을 이끌고자 본인이 경험한 장애인 구강보건의료서비스 모델 개발 연구를 바탕으로 구강보건정책분야에서 느낀 점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0년부터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 연구를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노인, 다문화 가정 등 여러 사회 경제적 취약계층을 접하여 보았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연구는 장애인과 관련된 연구였습니다. 2015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 과제로 진행했던 장애인 구강보건의료서비스 모델 개발 과제는 시작 당시에 상황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애초에 보건복지부에서 기획했던 과제도 아니었고 연구진이 제안서를 직접 작성한 과제였으며,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실태조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해당 분야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제도적 혜택을 받지 못하였고 또한 필요한 많은 것들이 갖추어져있지 않은 환경에서 소명의식으로 일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일반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입니다. 본인도 처음에는 이 같은 기본적인 지식도 모를 만큼 현장 상황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연구원으로 투입되어,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간접적으로 논문이나 여러 보고서를 통해 보았던 현실과는 달리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실태를 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전의 기사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단순히 장애라는 요인으로 인해 우식경험상실치아가 비장애인에 비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또한 관리가 안 되어서 결국에는 치아를 뽑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비장애인에 비해 너무나도 빈번했습니다. 현장에 계시는 공급자들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장애인의 구강건강증진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진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선생님 한분 한분의 힘으로는 전체 장애인 모두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은 정책과 제도를 바꿔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제도 개선은 매우 어렵고, 대부분의 정책들이 그렇듯 한정된 자원을 통한 시범사업이 성공되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사라지거나 한번 성공해낸 사업들은 그 이상의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렵게 성공해내면 딱 거기까지만 지원이 되고 한정된 지원 내에서 프로세스를 바꾸는 일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집니다. 이 분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력확충이나 지원문제 등 제도나 정책으로 풀어내야하는 대부분의 문제점들이 즐비하였는데, 다만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은 프로세스의 효율화와 접근성의 증가를 통해 현재 있는 인프라의 활용도를 최대로 이끌어내는 모델을 고안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꾸어야할 문제는 결국 정책과 제도와 같은 문제들이었습니다.
 

정책적인 문제나 법과 같은 제도를 바꾸는 문제는 생각보다 많이 어려운 일입니다. 사회적 합치를 이끌어내야 하는 일 들은 결국 자원과 맨파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구강보건분야에서 제일 부족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보건정책에서 구강보건정책이 차지하는 부분은 생각보다 많이 작습니다. 당장에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일 마지막에서야 생각하는 분야가 바로 구강보건분야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투입되는 자원과 맨파워가 부족하게 됩니다. 또한 일반적인 인식이 대부분 ‘치과는 비용이 많이 든다’라는 부정적 인식이 높기 때문에,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현재의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대상자에 있습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거나 연구가 진행되어도 관계 종사자들과 대중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은 정책이나 제도의 수혜를 받게 되는 ‘대상자’ 즉 실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피해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감사하게도 연구의 결과와 많은 분들의 관심을 통해 고안된 제도 중 하나인 ‘장애인 치과주치의’ 제도의 도입을 위해 많은 분들이 애써주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제도 정착과 진행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치과 종사자들의 관심과 기여가 필요하며, 이루어낸 제도의 도입과 개선이 결국에는 치과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일이고, 궁극적으로는 대상자인 국민인 ‘장애인’의 구강건강증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일을 해낼 수 있는, 구강보건정책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치과계 종사자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야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일차적으로 바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들의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정책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당장에 무엇을 해야 하는 일들은 아니지만 한명 한명의 관심과 뜻이 모일 때, 좋은 구강보건정책들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영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