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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이밍

시론

2019년 프로 야구 정규 시즌이 3월 말부터 시작되어 10월 초까지 진행되었다. 팀당 144경기, 총 720경기가 진행되었고 두 차례의 태풍으로 10월 초까지 경기가 순연되면서 1, 2위 팀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막판까지 선두 싸움이 치열하였다.

 

잔여 경기 마지막 날에 결국 SK와 두산 두 팀은 게임 차 없이 같은 승률이 되었으나 상대방 전적이 우위인 두산 팀이 1위가 되는 예상치 못한 시즌을 보냈다.

 

이후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걸쳐 한국시리즈(KS)가 진행되었고 많은 사람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길 바라며 마음을 졸이며 관전하였으며 올해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4전 전승을 한 두산 베어즈가 차지하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SK 와이번스팀이 우승하였는데 승리를 이끈 분이 트레이 힐만 감독이다. 힐만 감독은 SK팀에 오기 전 일본 프로 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팀을 재팬시리즈 왕좌에 올려놨으며 메이저 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직도 수행하였고 미국 메이저 리그 감독 자리가 날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던 거물 중의 한 분이고 한국에 와서 SK 와이번스팀을 2년 동안 맡아 외국인 감독 최초 KS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미국으로 가기 전에 독실한 기독교인인 힐만 감독과 인터뷰한 스포츠 기자의 말을 빌리면 미국에서 온 유명 목사님을 모신 자리 같았고 그는 삶과 신앙,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힐만 감독은 삶의 우선순위가 하나님-가족-일 순이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인데. 가족과 시간을 많이 못 보낸 게 아쉬워 이젠 아버지·새어머니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경쟁 승부라는 스포츠의 속성상 용서, 화해라는 기독교의 본질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힐만 감독은 삶의 밸런스를 맞추고 모든 것을 심플하게 보는 게 중요하며 이런 충돌이 있을 때마다 네 가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첫째는 성경 말씀대로 하고 있는가, 둘째는 주위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가, 셋째는 코치로서 잘 가르치고 있나 마지막으로 강하고 튼튼한 기반을 만들고 있냐고 했다.

 

힐만 감독은 미국에 계신 연로한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새어머니를 돌보고 계셔서 가족 가까이 있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힐만 감독에 관한 얘기를 길게 한 이유는 조국법무부 장관 후보에서 장관으로 임명되고 사퇴할 때까지 벌어진 여러 일을 보면서 너무 대비되는 사람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은 청문회나 국회에서 본인과 관련된 의심 되는 사안마다 그런 일은 없고 본인이나 가족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정당성과 신뢰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여러 조사를 통해 본인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하며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던 본인의 과거 발언과 상충된 행보를 보이는 이중적 행태에 대해 내로남불이 아니라 ‘조로남불’이, ‘조국스럽다’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입학서류 위조와 부정입학 의혹에 관해 딸과 아들은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 오촌 조카와 정경심 교수는 구속되고 동생은 구속 여부를 논하고 있다. 2달여 동안 많은 사람이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뒤로하고 광화문에서 서초동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국론 분열로 나라가 두 동강이 나도 정치권은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부추겨 선량한 시민들은 일상에서 잃어버린 2개월을 보내게 되었다.

 

본인은 검찰개혁을 할 적임자며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소임을 주장했으나 결국 장관 임명 35일 만에 사퇴하고 향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장관직을 사퇴하면서 발표한 전문을 보면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인생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 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어떤 가치가 가족보다 앞섰던 것일까?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나라와 검찰개혁이 더 중요했을까?

 

삶의 우선순위가 일·가족이었기에 가족보다는 본인의 일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은 추한 민낯을 보이고 만신창이가 된 뒤에야 이제 가족 곁으로 간다니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심정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는데 가족들이 힘들어하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우선순위를 바꾸었다면 어땠을까.


흠결이 없는 사람이 없고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요사이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볼 기회가 되었고 일보다는 사랑하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삶과 신앙,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진실하고,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찬 내일이 있고 행복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트레이 힐만 감독의 얘기를 다시 생각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