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카이로가 나에게 준 교훈

Relay Essay 제2370번째

의료봉사 중 생기는 해프닝은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거리다.


나는 좋은 추억들이 많았던 작년 이집트 봉사활동을 생각하며 즐겁고 편한 마음으로 두 번째로 이집트를 향해 떠났다.

오랜 비행시간 끝에 카이로 공항에 도착하여 세관에서 의료용품 박스 통과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이유는 우리가 가져온 수술 도구 세트들이 제대로 밀봉되지 않아 공항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작년과 같이 기구들을 포장하여 왔을 때는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했었고 완전히 멸균을 한 기구들이라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을 했지만 올해부터 이집트 보건복지부의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공항에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며 우리 봉사팀의 계속된 항의에도 불구하고 수술 기구들을 압수했다.


황당한 상황으로 마중 나와 주신 작년 봉사 때 인연을 맺은 오사마 장군님과의 인사도 제대로 반갑게 하지도 못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작년에 갔었던 Al Azhar 병원에 짐을 풀고 바로 예진을 시작하였다.


많이 지치고 피곤하였지만 정필훈 교수님과 이원 교수님과 함께 모두들 힘을 내어 그날의 예진을 마쳤다. 다행히 여기저기서 기구들을 빌리고 구매하기도 하여 3일 동안 Al Azhar 병원에서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 후 이틀 동안은 Luxor에 있는 Arment Central Hospital에서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카이로에서보다 더 희귀한 케이스들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5일 동안의 봉사 일정을 마치고 아스완으로 이동해 잠시 관광을 한 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한 후 압수당한 기구들을 찾아 함께 넣어서 보내기 위해 마지막 의료용품 박스만 남겨놓고 기구들을 찾기 위해 수하물 구역으로 갔다. 탑승시간이 촉박하였지만 바로 물건을 찾아서 가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담당자가 일처리를 너무 느리게 할 뿐 아니라 황당하게도 물품 보관 영수증을 확인 후 나보고 직접 짐을 찾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화가 난 나는 압수한 기구들을 직원들이 다른 박스에 넣어 보관하였기에 나는 그 박스를 알지 못하고 탑승 시간이 다되어 가니 빨리 찾아 달라고 재촉하니 한참 후에 박스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확인을 위해 박스를 열려고 하니 박스를 마음대로 열지 못하게 하였고 꼭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절대로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하였다. 탑승 시간이 다 되어서 봉사팀들은 먼저 탑승을 하였고 강상규 전공의만 체크인 카운터에서 기다리기로 한 상황이라 답답하고 어이가 없어 화를 내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니 마지못해 박스를 열어 주었고 나는 확인 후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물품들을 들고 정신없이 뛰었다. 카운터에 도착하여 기구들을 마지막 박스에 넣어 부치고 탑승 게이트까지 뛰어가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뛰어서 힘든 몸과 진정되지 않은 화로 인해 떠나는 카이로의 공항이 결코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다.


나는 미숙했다. 봉사활동 준비를 하면서 이집트 보건복지부의 규정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왜 확인해 보지 못했는지. 미리 확인하고 준비를 했더라면 순조롭게 세관 통과를 했었고 어렵게 마중 나와 주신 오사마 장군님과도 좀 더 반갑게 인사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내가 도움을 주어 뿌듯함을 가졌지만 치료를 받고 감사하며 행복해하는 환자들의 웃음을 보고 내가 더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수화물 직원에게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럽고 지혜롭게 대했더라면 좀 더 빠르게 일이 진행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살면서 많은 감사한 일들이 있었을 텐데 나는 과연 감사해 했었는지… 우리를 도와준 공항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못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으면서 이런 일들로 인해 내가 좀 더 성숙해졌기를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