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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치과도 동네치과도 이력서가 사라진다

최저 임금 상승 여파 치과계에도 직격탄


사람을 구하는 건 하늘이 열린 이래 늘 중요한 관심사였지만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개원 치과의사들의 ‘민원 1순위’는 단언컨대 보조인력 구인난이다.


시대를 역주행하는 구인난을 향한 개원가의 문제 인식은 그저 ‘좋은 직원이 없다’에서 ‘직원이 없다’를 거쳐 이제 ‘이력서가 없다’로 냉소와 한숨이 교차하는 상황에 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동네 치과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푸념마저 나오는 건 최근의 구인난이 단순한 종사 인력 간 불균형을 넘어 치과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 인식, 제도의 변화가 반영된 총체적 난국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2018 한국치과의료연감’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활동 치과의사 수는 2만5300명으로 2016년 대비 1150명이나 증가했다. 반면 면허 대비 활동 치과위생사 비율은 2009년 52.5%에서 2017년 47.0%로 5.5%p 하락했다.


이 같은 추세는 이미 수년 째 지속된 구인난이 통계에 순차 반영된 것으로 치과계의 급격한 양적 팽창을 보조 인력의 공급 구조가 따라가지 못하는 역설적 프레임이 갈수록 고착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구인난을 둘러싼 두 주체,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모두 이 같은 현상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데는 큰 틀에서 이견이 없지만, 그 원인과 해법을 다루는 각론에 들어서면 각자의 셈법이 여지없이 틀어진다.


#임금은 ‘상수’ 복지 조건은 ‘변수’
인식의 차이는 분명했다. 창간 53주년을 맞아 본지가 실시한 특집 기획 설문조사에 응한 300명의 치과의사와 300명의 예비 치과위생사는 구인난의 해법, 임금 수준, 근속연수 등에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임금’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각각 첫손에 꼽은 구인난의 ‘상수’였지만 얼마를 주고, 얼마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현실적 문제에 들어서면 각자 선호하는 임금의 범위와 수준이 엇갈렸다.


특히 치과의사들은 정원 확대나 경력단절여성 활용 등 정책적인 해결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데 반해 예비 치과위생사들은 급여 인상이나 복지 확대 등 현실적인 개선책에 방점을 찍어 큰 차이를 드러냈다.
 

 

치과위생사의 희망 근무 연수를 두고도 ‘마의 3년차’를 기준으로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 가장 많은 치과의사가 꼽은 ‘3~5년’과 예비 치과위생사가 1순위로 꼽은 ‘1~3년’은 단순한 숫자 해석 이상의 견해차가 행간에서 읽힌다.

 

구인난은
사회구조
국민인식
제도변화가 큰 이유


#직원 임금 몇 년 새 치솟아 개원가 한숨
원인은 뭘까. 일상화된 치과의 경영난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에 더해 치과 개원가에서는 급격한 사회 변화 과정 속에서 잉태된 새로운 제도들이 치과 구인난을 가속화 시키는 촉매로 작용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제도 시행은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구인난을 부추겼다는 치과의사들의 원성을 고스란히 듣고 있다.


2018년 치과 건강보험 수가가 2.7% 오른 반면 최저 임금의 인상률은 수가 인상률의 6배인 16.4%(시간당 7530원)였다는 식의 단순 분석을 뛰어 넘는 가중치가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신규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의 임금 하한선이 최저임금제도 시행의 여파로 상승하면서 기존 직원들의 임금 체계에 연쇄 충격파를 줬다는 게 현장의 분석이다.


특히 매년 10% 수준의 임금 상승이 이뤄지면서 5년차 직원들의 ‘몸값’이 수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또 정부가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소기업 구인난 해결을 위해 적극 추진 중인 ‘청년내일채움공제’역시 결국 5인 미만 치과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고, 이 때문에 규모가 큰 병원급 치과에 오히려 치과위생사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작은 치과들의 항변이다.

 

매년 10% 이상
임금 상승

워라밸  중시하는
사회 현상
구인난 부채질


#규모 큰 치과도 잦은 이직 골머리
만약 이 같은 논리라면 수도권 대형 치과병원이나 네트워크 치과에서는 구인난에 대한 고민이 없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이력서를 받고 또 면접을 본다는 점에서 보면 ‘동네 치과’들의 이 같은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은 결이 다르다. 정도의 차이일 뿐 대형 치과병원 역시 직원들의 잦은 중도 이직이나 매년 눈에 띄게 줄어드는 이력서 숫자를 체감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직원 수가 많다보니 임금이나 복지 등 고정비용 증액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요시하는 최근 젊은 치과위생사들의 성향이 반영되면서 인원 충원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 일부 치과병원의 경우 지역 특성 상 환자 응대가 까다롭고, 업무 강도가 세다는 인식들이 확산되고 있다. 근무 도중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호소하며 일방적으로 퇴사를 통보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돈보다는 시간과 여유를 쫓는 경향이 치과에서도 서서히 뿌리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의 치과위생사들 역시 이 같은 인식 변화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물론 기존의 임금이나 복지 조건 등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가치 판단이 곁들여진다는 것이다.


흔히 ‘직원은 결국 기,승,전.임금’이라고 하지만 중, 장기적인 직업 전망과 삶의 우선순위를 고려하는 과정이 임금, 복지, 업무범위, 병원 분위기 등과 맞물리면서 직원이 치과를 선택하는 기준이 한층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만난 그 자리, 끝이 보이지 않는 구인난 앞에 그들이 마주섰다. 그래서 치과일까, 그래도 치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