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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와 상해 사이

스펙트럼

치과 일, 가정 일, 개인적인 일로 염려가 많았던 어느 날이었다.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다니는 교회가 치과와 십 분 거리라 다이어트 삼아 점심은 교회 근처 편의점에서 우유와 치즈로 간단히 먹고 교회에 가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실로 오랜만의 기도 자리, 분위기는 잡혔고, 기도를 해보는데… ‘나’이어야 할 기도의 타깃이 엉뚱하게도 외부와 타인을 향하고 있었다. ‘이 일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저 사람 좀 바꿔주세요.’ 등등 외부를 향한 기도가 쏟아져 나왔다. 나올 것 다 나오고 나면 ‘나’를 향한 기도도 나오겠지…


문득, 치과 일을 위해 기도하던 중에 치료가 상해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가 나왔다. 개원 생활 십수 년, 치과에서 환자들 치료하는 게 버겁게 느껴졌나? 졸업할 때 받은 치과의사 면허증의 잉크가 이제 슬슬 말라가는 것인가? 내가 하고 있는 ‘치료’라는 일이 얼마나 리스키한 일인지 깨달음이 일어나고 있었다.


강도는 돈을 빼앗기 위해서 칼을 든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상해를 입힐 마음도 강도는 가지고 있다. 의사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 칼을 든다. 그러나 간혹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본의 아니게 치료가 상해로 바뀌는 일도 있는 것 같다.


매일 쓰는 하이 스피드 핸드피스이지만 0.5mm 아니, 0.1mm만 잘못 움직여도 뜻하지 않게 환자에게 상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 치과의사의 일상이다. 굳이 환자가 컴플레인하지 않아도 마음 속에 자리잡은 죄책감은 떠나지 않고 남아 치과의사를 괴롭힌다. 그러다가 심리적, 정신적으로 소진을 겪거나 치과 일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환자에게 상해를 입히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치과의사 선생님들이 주5일, 주6일 근무에 야간진료까지 하시면서 주말에는 각종 세미나장을 가득 메우시는 것은 환자가 잘못되지 않기를 바라는 진정성 있는 마음에 기반한 자발적 학습의욕 때문이다.


기도한다. ‘환자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는 치과의사가 되도록 도와주세요.’,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환자와 잘 소통할 수 있게 지혜로운 언어를 주세요.’, ‘환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편안함을 제가 지니고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풍성한 사고력과 창의성을 주세요.’, ‘저에게 좋은 것을 잘 가르쳐 주실 수 있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