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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코트를 입으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릴렐이수필 제2380번째

내 인생에서 꽃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특별한 날이었다. 보통 학업의 끝맺음에 대한 축하로 꽃을 받으나 예비치과의사 선서식은 새로운 학업의 시작을 축하하며 곱게 다려진 화이트코트를 교수님들께서 우리에게 직접 입혀주시면서 우리는 예비치과의사로서의 마음을 다잡는다.


새로이 받은 코트와 함께 의료인의 반열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설렘에 동기들과 사진으로 오늘날의 기억을 담았다. 의학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포즈를 잡았으나 다들 어색한 미소와 함께 부여받은 책임감에 눈빛이 긴장감으로 가득차 보였다.

 

치과대학 입학허가서를 받게 된 날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대학 합격이라는 기쁨도 컸지만 이보다 치과의사가 될 기회가 나에게 생겼다는 생각에 세상을 날아갈 것 같은 행복감을 느꼈었다.


나름 이 기회를 얻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하였고 남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치과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특권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치과대학 예과, 본과 2년을 지내다 보면 나에게 주어진 이 특권에 대한 행복감을 잊을 때가 많다.


수없이 많은 밤샘과 시험으로 지치고, 콧속에 가득한 레진 가루에 한번 놀라며, 총의치 실습으로 교합 조정 시 갈매기 모양을 내기 위해서 새우깡을 들고 오는 자신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랄 때 본인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잊고 있을 때가 많다.

 

“우리는 치아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환자를 진료하고 한 사람의 구강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특권이다.


그렇지만 아픈 사람을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치료해줄 수 있는 특권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고 본다. 그동안 치과의사 선배님들의 뛰어난 술기와 정성어린 진료로 치과의사를 믿고, 구강건강을 맡기는 국민들로부터 쌓은 두터운 신뢰와 존중이 바탕이 된 특권에 부응하기 위해서 실력과 진정성을 겸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덴티폼을 상대로 하는 연습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습이 시작되면서 나의 작은 실수가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반대로 나의 정성어린 진료가 한 환자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새 가슴이 뜨거워진다. 나의 치료로 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이자 행복인가! 무거운 책임감의 무게를 견뎌내고 진정성 있는 치료로 보람이라는 선물을 받게 된다면 이는 분명 풍요롭고 보람찬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화이트코트 착복, 예비치과의사 선서를 시작으로 우리는 치과병원 임상실습을 시작한다. 그동안 책과 실습을 통해서만 접하던 치의학을 세계적 수준의 교수님들의 술식을 직접 보며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영광이며 그 과정에 대한 기대감이 마치 해외여행을 떠나는 두근거림과도 같다.


불과 몇 달 후에 일정 역량평가 후 직접 환자를 진단부터 치료계획을 세우고 치료까지 하며 그들의 구강건강을 책임진다는 것에 설렘과 동시에 막연한 긴장감, 두려움의 만감이 교차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기에, 임상 실습을 이어 나가면서 가슴이 철렁할 당황스러운 순간들의 연속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 속에서 훌륭한 교수님들의 지도하에 배움 앞에서는 겸손함으로, 학업적 탐구에 있어서는 열정적이면서 도전적으로 임할 것을 다짐해본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은 사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치과의사로서 살면서 초심이 흔들릴 때 마음을 다잡은 예비치과의사 선서식을 떠올릴 것이다.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마음을 다시금 잡을 수 있는 뜻 깊은 행사를 준비해주신 치과대학 학장님, 병원장님, 교수님 그리고 예비치과의사의 첫걸음을 축하해주러 온 가족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준비는 선서와 함께 끝났다.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을 소중히 여기고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함께 학업에 정진할 치과대학 동기들과 나아갈 여정을 기대감과 함께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