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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답을 바꾼다!

시론

자녀들이 초등학교 시절 커가는 모습을 보며 아버님께 자식 자랑을 했다.


한참 듣고 계시던 아버님의 한마디.
아버님 : 넌 네 자식이 그리 예쁘냐?
나 : 예! 애들이 예쁘잖아요
아버님 : 난 내 자식도 예쁘다.


질문은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내는 기술이자 관계를 만드는 강력한 도구이다. 현명한 사람은 적절한 질문을 할 줄 안다. 탁월한 질문은 상대의 마음을 열고 관계를 성숙시키며 생각을 자극한다.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질문이 답을 바꾼다!’이다. 책의 저자는 비즈니스 관계 형성법과 고객 충성도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비즈니스 전략가로 30년 동안 경영진을 위한 컨설턴트이자 코치로 활동한 앤드루 소벨(Andrew Sobel)과 비영리단체를 위한 기금모금 및 거버넌스 분야에서만큼은 워렌 버핏과 비견되는 인물인 제럴드 파나스(Jerold Panas)다.


2014년, 딸아이가 수능을 본 후 몇 개 대학에 합격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 부족하지만 대학에 입학할 것인가, 아니면 1년 동안 미래를 위해 투자할 것인가에 대해 무척 고민하고 있다. 치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남들보다 1년의 노력을 하여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딸의 갈등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과 답답한 마음이 교차한다.


방황하고 있는 딸은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과 살며 눈물만 흘린다.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상담 심리 강의를 듣고 10시경 집에 들어가 답답한 마음에 딸아이를 불러놓고 “어떻게? 할 거냐”고 다그쳤다.


“입학할 것인가? 아니면 재수를 할 것인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하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 버린다. 


그 일이 있던 다음 주에 토행독(토요일의 행복한 독서)에서 선정된 책이 ‘질문이 답을 바꾼다’이다. 책을 읽으며 딸에게 하였던 나의 질문이 아주 부적절하고 서툴렀던 질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질문하는 데는 3가지가 있다.
1.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질문.
2. 자신은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답을 생각해 보도록 유도하기 위한 질문.
3. 자신도 모르고 상대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던지는 질문.


그 당시 나의 질문은 2번째였다. 어리석은 질문이다. 딸의 미래는 딸이 결정하는 것이다. 3번째 의도의 질문을 하여야 했다. 책을 읽고 나서 외식을 하며 분위기가 좋을 때 다시 질문을 하였다.


전에 분위기를 망쳤던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지만 이번에는 “왜?”라는 질문을 하였다.


“00이는 왜 진학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 딸은 교사가 되고 싶은데 합격한 곳에 입학하면 교사가 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며 1년 재수를 하여 교대에 진학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딸의 꿈은 유치원 교사에서 초등학교 교사 그리고 중·고등학교 영어교사로 바뀌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엄마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사대에 진학한 후 교사가 되는 길과 1년 재수를 하여 교대에 입학하여 교사가 되는 장·단점과 재수를 경험해본 아빠로서 재수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하였다.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1년 재수를 마친 딸은 교대에 진학하여 이제 졸업을 한다. 책에서는 대화 상대에게 질문을  할 때 “어떻게?”가 아니라 “왜?”라고 질문을 하라고 한다. 


책 속의 몇 문장을 적어본다.


“상대가 너무 말을 많이 한다고 불평한 사람은 있어도 너무 많이 들어준다고 불평한 사람은 없다.”-30페이지.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 지를 보여주려 들지 말고, 상대방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여줘라.”-228페이지 


이전에는 신환이 오면 환자와 대화를 하기 전에 먼저 파노라마를 찍고 치료에 대한 상담을 시작한다. 마치 ‘신’이나 된 것처럼 환자의 말도 들어보지 않고 치료계획에 대해 설명한다. 나의 말에 다른 반응을 보이면 일단 깊은 곳에서 거부감이 일어난다. 책은 나를 변화시켰다. 지금은 환자 스스로 자신의 불편함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질문을 한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제가 어떻게 해 드릴까요?”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요구일지라도 “아! 그런 방법도 있겠네요. 앞으로 그런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방법이 임상에서는 실현이 힘드네요,”


질문이 바뀐 후 환자와 관계는 훨씬 부드러워지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상담이 이어지면 많은 분이 “원장님이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한다.


최근에 ‘고수의 질문법’을 읽으며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왜?” 라는 질문을 한다.


왜? 책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일까?  
왜? 직원들은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의 이름을 매일 물어 보는걸까?
왜? 나의 아이디어가 타인의 지갑만 채울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