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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살펴보기

스펙트럼

금은 예로부터 세계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귀금속이다. 화려하고 완전한 외양에 더불어 여러 방면으로 활용도가 높아 대체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덕분에 인류 역사에서 금에 관련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대 역사서를 살펴보면 황금은 태양이나 빛을 의미하면서 가장 높은 권력이나 신성한 능력을 상징하였다.


그리하여 왕의 상징을 위해 금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밖에 여러 유물을 살펴보아도 귀한 물건일수록 금으로 만든 것들이 많다. 이렇게 높은 가치를 가진 탓에 외교나 전쟁 등의 중요한 상황에 금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잉카 제국의 왕이 스페인 군대에게 포로로 잡혔을 때 자신을 석방시켜주면 방을 황금으로 가득 채워주겠다고 한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런 역사와는 달리 치과 진료의 영역에서 금은 친숙한 재료이다. 요즘 자주 쓰이는 레진이나 지르코니아 등의 재료는 진료 전에 환자에게 어느 정도의 설명이 필요하지만, 금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더라도 금니를 한다고 표현만 하면 될 정도로 모두가 이해를 한다.


비록 치과용으로 사용하는 금이 순금은 아니어서 가치가 조금은 떨어지지만, 기존 금 수복물을 제거한 경우 꼭 환자에게 다시 챙겨줘야 할 정도로 누구나 귀중하게 인식하는 재료이기도 하다.


필자는 첫 학생진료를 하던 시절 그 사실을 모르고 제거한 골드 인레이를 그대로 석션하는 바람에 교수님께 돈이 얼마나 많으면 금을 그렇게 쉽게 생각하냐는 핀잔을 들은 경험도 있었다.

 

금은 생각보다 무거운 물건이다. 연성과 전성이 뛰어나고 한 번에 많은 양을 사용하는 일이 흔치 않아 가볍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금의 밀도는 상온 기준 19.32g/cm3로, 밀도가 7.86g/cm3인 강철보다 무려 2.5배 가량 무겁다.


금을 씹었을 때 자국이 남을 정도로 무른 성질을 생각하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큼지막한 금괴와 달리 실제 1kg 짜리 금괴를 보면 스마트폰 한 개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의 무게가 200g 근처인 것을 감안할 때 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건보다 다섯 배나 무거운 것이다.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은 본디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하겠지만, 어쩌면 금관의 실질적인 무게도 가볍지 않다는 뜻이 조금은 내포되었을지 모를 일이겠다.


자체의 성질로 보나 경제적인 가치로 보나 금은 안정성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반응성이 거의 없고 부식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보존되어야 할 물건에 금을 사용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성질 덕분에 예나 지금이나 금은 만국공용의 화폐로 사용되어오고 있다.


비록 금이 모든 화폐가치의 기준이 되는 과거 금본위제 정도의 위상은 아닐지라도 어떤 재화보다도 환금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금융기구인 IMF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금을 요구하는 것을 볼 때 금이 얼마나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는 재화인지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목적으로 금을 매수하는 수요도 늘 있는 편이다.


시세차익을 통한 큰 이득을 얻기 위한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예측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하기 가장 좋은 매물 중 하나가 금이기 때문이다.

 

진료를 하면서 매일같이 보던 금이 문득 궁금해져 글을 적어보게 되었다. 매일 깎고 다듬으면서 익숙해진 탓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글을 쓰고 나니 조금은 달라 보인다. 세팅을 기다리고 있는 보철물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반짝이는 것 같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