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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은 놀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시론

“아. 건물 하나만 있으면 당장 치과 접고 임대료 받으면서 살고 싶은데……” “60되기 전엔 반드시 그만 할 거야” 선배들로부터 주변 원장님으로부터 자주 듣는 말입니다.  “누가 한 달에 얼마만 주면 당장 이 직장 그만둘 텐데……” 라고 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월요일이 되면 출근하기 싫어 비명을 지르며 억지로 현관문을 나서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놀이공원에 가보면 신이나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뒤쪽으로는 피곤에 지친 얼굴로 나무 밑 벤치에 앉아있는 아빠가 있습니다. 백화점에 가보면 들뜬 얼굴로 미소를 머금고 매장을 활보하는 아내 뒤로 끌려 나온 듯한 얼굴의 지친 남편들이 보입니다.


동일한 공간에서 왜 누군가는 즐겁고 누군가는 정말 싫은 표정일까요? 놀이공원의 아이들과 백화점의 아내는 그 곳에 즐기러 간 것입니다. 수단과 목적이 일치하는 경우를 우리는 놀이라고 부릅니다. 백화점에 간다는 수단과 아내에게 잘 보여야 살아남는다는 목적이 다른 남편의 행위는 노동이라고 부릅니다. 놀이와 노동의 비율이 한 사람의 행복을 결정짓는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요일까지는 노동으로 살아가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놀이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월요병이라는 말도 나온 거겠지요. 직장에 나오는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이라면 분명히 목적과 수단이 다른 것이기에 노동입니다.

 

원장님은 어떻습니까? 수입이 목표라면 치과에 출근하여 진료를 한다는 수단과 목표가 일치하지 않기에 매일이 노동이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것입니다. 직원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놀이를 할 때는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Serotonin), 도파민(Dopamin) 등의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는 행복감과 만족 그리고 열정과 유대감 등을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노동과 놀이를 구분하는 것 중 중요한 하나는 자발성이라고 합니다. 회식 자리에서 원장님 뒤에서 탬버린을 쳐야 한다면 그 공간이 노래방임에도 직원은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며 친구들과 어울려 간 노래방에서의 탬버린은 놀이일 것입니다. 무언가를 배우고자 세미나에 온 사람의 눈빛은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온 사람의 눈빛과 확연히 다릅니다.

 

오늘 온 그 환자의 진료가 치과의사로서의 수단과 목적이 일치되는 행위라면 어제와는 조금 다른 놀이가 되는 즐거운 치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환자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진료행위가 수단이자 목적이 된다면 혹자가 목적으로 삼았던 수입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며 나는 노동을 놀이로 바꾸어 보다 즐거운 치과의사가 되지 않을까요?


직원들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이 적절한 결정권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경영자인 원장과 직원 모두가 하기 싫은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1938년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nga)는 인류문화의 발전이 놀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며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사냥은 하기 싫어도 먹고 살기 위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였기에 그들은 모여서 춤을 추고 노래를 무르며 사냥터로 향했습니다.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진료실이 놀이의 장이 되도록 어디서부터 바꾸어보면 좋을까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