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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시론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난제에 질문을 던지고 그 해결책을 위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임상연구자의 업무이다.

 

일반적으로 그 질문이 근본적일수록, 기존 지식에 대한 의심이 클수록 중요한 질문이다. 다음으로는 질문을 더욱 구체화하고 기존 지식과 대비해 보면서 논리적 공백을 찾고 이를 메울 수 있는 가설을 만들어 본다.


가설을 여기저기 뜯어보고 다시 맞추어 보고 그림을 그려 본 다음에도 좋아 보이면,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 일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금상첨화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위 인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은 머리에서 맴돌지만 대부분 좋은 가설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

 

머리에서 맴도는 생각을 좋은 가설에 기초한 일로 만들려면 몸이 고달프기 때문이다. 대부분 몸만 고달프고 마음껏 안 될 때가 더 많다. “이제는 체력이 전 같지가 않아서” 혹은 “다른 중요한 업무로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실은 공부가 부족하고 머리가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가 부족한데 나에게만 특별히 좋은 일이 생길 수가 없다. 때로는 그 일이 “하고 싶은 일”이라서 전력을 다해 가설을 만들었으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경우가 일반적이다.

 

진정한 연구 과정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만드는 여러 장애물을 심도 깊은 공부나 사고, 반복적인 실험, 혹은 타 분야와의 융합연구를 통해 극복해 가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의미 있는 연구결과는 “해야 하는 일(난제)”을 해결하기 위해 수반되는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할 때 얻을 수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항목만 바꾸어서 수평이동 하는 형태로는 머리와 몸이 편한 만큼 그 결과는 정하여져 있다.


새로운 임기의 치과계 수장이 선출된다. 여러 거창한 공약이 있고 너무 아름다운 그림도 있다. “해야 하는 일”을 적은 것인지? “하고 싶은 일”은 아닌데 동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대에 걸맞은 워딩을 나열하여 놓은 것인지?


치과계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적은 것이라면 진정 “할 수 있는 일” 인지?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지 지켜볼 일이다. 그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좋은 일이 계속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