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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릴레이수필 제2388번째

아파트 22층에 사는 나는 출근할 때 문을 나서면서 항상 작은 기대를 한다. 26층 아파트에 우리 동은 엘리베이터가 한 대이다. 오늘은 엘리베이터를 빨리 탈 수 있을까? 가까운 밑에 층에서 막 올라오고 있거나 몇 층 위에서 내려오고 있다면 운이 좋다.


그런데, 가까운 층이 화면에 표시된다고 반가워했다가 아뿔싸 내려가는 방향이구나 하는 경우도 있다. 21층이면서 내려가는 방향이라면 내려갔다 올라갔다 최고로 도는 코스이다. 지하 2층에서 올라오는 코스보다 훨씬 멀다. 그런 날이면 유독 층층마다 사람들이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몇 해 전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갖다가 특히 주식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기도 했고 주식시장이 호황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소소하니 시작했지만 쉽지가 않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어떤 주식이 유망하고 지금 오르고 있다고 해서 들어가 보면 꼭 내리고, 내려간다고 해서 손해를 보고 팔고 나면 오르는 식이다. ‘아, 이건 안 되겠다’ 혹은 ‘나랑 맞지 않는구나’하고 나서 돌이켜 보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가 더 중요한데 지금 어떤지만 보고 고민도 없이 공부도 안 하고 투자를 하니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임상도 비슷한 것 같다. 졸업하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는 현재 상태만을 보고 판단을 했다. 엑스레이사진만 보고 멀쩡히 오래 잘 쓰고 있는 이를 다시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일시적인 증상이 있는 이를 신경치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환자의 치료 내용을 들어보면 지금 그 치아는 나아가는 과정에 있었던 적이 많았다. 이러한 치료 후 결과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비로소 제대로 보는 눈이 생겼던 것 같다.

 

‘지금 어디에 있는가’보다는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구나.


나는 어쩌면 이 사실을 가끔은 잊어버리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돌아서면 남보다 못하게 된다고 한다. 그동안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쉽게 잊어버리고 살지는 않았을까. 명예가 재산이 어떻다고 혹은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누군가 말할 수도 있다. 지금뿐일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은 꿈이 너무 멀리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이제 출발해서 언제 갈지 까마득해 보인다. 인생의 계획이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멀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옳은 방향이라면 기다리는 것도 금방일지라.


아무것도 아닌 일상 속에 작은 깨달음 하나 얻은 기분이다. 오늘도 작은 기대를 안고 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