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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힘

릴레이수필 제2390번째

“선생님! 재윤이가 바람개비를 벌써 다 만들었어요.”


초등학교 첫 미술 시간에 짝꿍은 내가 색종이를 쓱싹 잘라 만든 바람개비를 보고 선생님께 소리쳤습니다.


설명 중이셨던 선생님께서 “집중해야지.”라고 야단치실까 조마조마했던 찰나, 선생님은 “재윤이가 손재주가 참 좋구나”라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 이후, 나에게 맞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우연히 권유받은 치과의사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섬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치과대학 졸업을 앞두고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때 어금니 통증이 있어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란 진단에 발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자유를 누리고 싶었지만 안 뽑아도 되는 내 치아를 발치하게 된 것을 계기로 생각을 바꿔 보존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단 한 명의 치아라도 보존해 줄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수련의를 마치고 군의관으로 낯선 포항에 배치받아 부임하며 해군에서는 해군사관 생도 세계일주 주치의도 하게 되었고, 공군에 위탁교육을 받아 항공기 헬기 조종사 주치의까지 하게 되면서 치과의사로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부대에 복귀해서도 장병들과 부대 유치원 아이들에게 불소도포 사업을 하였고, 부대 치과에 없는 광중합기를 빌려와 장병들에게 레진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보철을 할 수 없는 사병들에게는 사랑니를 빼서 어금니 뺀 자리로 옮겨 심어주었는데 그날 느낀 벅찬 마음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때마침 포항에 임플란트연구회가 만들어져 여러 원장님과 함께 공부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늦은 오후에 임플란트 환자의 예약을 잡으면 원장님들이 여럿 모여 같이 수술도 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토론도 했던 그 모임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당시에 치과의사가 뼈에 구멍을 내다 사고 나면 위험하니 그만 두라 조언하시는 선배님도 계셨지만 남은 인접 자연치아를 보존하기 위해 임플란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개업 후에도 브릿지 대신 사랑니 이식을 먼저 고민하고, 앞니 벌어진 틈은 보철보다 레진으로 메워주고, 같은 보험진료 안에서 아말감보다 GI로 선택하는 등 최대한 발치 대신 보존을 생각하는 진료를 최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개업 22년 차가 되어가는 지금 가끔 힘에 부치고 욕심이 났던 적도 있었지만 늘 환자의 입장에서 보존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중년의 치과의사인 제 마음속에는 아직도, 작고 겁 많던 초등학생의 재윤이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선생님의 칭찬이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22년 만에 처음 휴진을 고민하면서도 이 모든 고난이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과 도약이 될 것이란 걸 직감 합니다.


내가 주위 상황에 불평하지 않는다면 헤쳐 나가 도약할 것이란 걸, 그리고 이 시기에 우리 모두에게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대한민국 국민 서로에게 “당신은 해낼 수 있어요, 지금까지 참 잘 해오셨잖아요.”라고 크게 응원의 소리를 외쳐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