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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Outside of the Mouth

릴레이수필 제2396번째

나는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대 의학부 출신인 외과의사 조부님과 역시 서울대 의대 출신인 이비인후과 아버지를 이어 서울대 3대 의료인으로서 내 나이 4세 전후부터 의료인은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그런데 피를 보면 현기증이 생기는 선천적인 이유 때문에 어머니의 권유로 피를 보지 않는 유일한 의료인인 교정과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외동딸이 존스홉킨스 대학 보건학과를 거쳐 뉴욕대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어 4대째 의료인으로서 100년 의료가업을 잇고 있다.


나는 거의 40년 가까이 의료인으로서 살아오면서 의료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지냈던 적도 있었고 의료인의 한계를 깨닫고 절망하기도 했다. 지금은 의료인으로서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의료계 동료이자 후배들에게 나의 의료 인생을 통해 깨달은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한국의 근현대 역사를 볼 때 조부님은 빈민국에서 자라셨고 아버지는 후진국에서 자라셨으며 나는 개발도상국에서 자랐고 나의 외동딸은 선진국에서 자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의료 현장에 계실 때는 의료인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으며 경제적으로도 다른 직업군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웠다.


한편 내가 치과의사가 된 시절만 해도 특별한 직업군이 많지 않았고 한국의 경제 규모와 사회 제도도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화된 IT 시대와 Globalization 시대의 도래에 따라 세상은 복잡해지고 직업군도 다양해졌다. 그리고 의료인의 직업 선호도도 1-2위에서 6-7위 정도로 밀려나게 된 것 같다.


압구정민치과에서는 매년 2년 코스의 교정 Fellow들을 2~3명씩 훈련시키고 있다. 대부분 명문고와 명문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 치전원을 졸업한 재원들이다. 그동안 거의 60여 명 정도가 압구정민치과에서 교정학 공부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교육하며 느낀 점은 내가 겪은 자부심과 절망감을 그들도 공유하거나 공유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후배들을 위해서 제안을 하는 것이다. 치과의사는 일단 구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구강을 더 잘 볼 수 있다. 구강 조직은 인간에게 아주 중요한 조직이지만 구강조직만 따로 구분해서 집중한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현재의 의료계는 매우 경쟁적이고 소모적이고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살 수밖에 없는 생태계가 되었다.


첫 번째 문제는 대부분 개원의들은 개원 장소부터 인테리어, 직원 채용, 환자 관리, 병원 경영, 마케팅, 세무 문제 등 엄청난 다양한 업무를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 그러나 어떤 치과대학에서도 그에 대한 교육을 시켜주지 않는다. 대부분 치과의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위의 문제들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가장 기초적인 문제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의료인으로서의 자질 문제인데 명의가 되길 원하거나 성공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구강 밖의 문제들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을 통해 인간에 대한 문제, 비전에 대한 문제, 삶에 대한 문제 등이 정리되어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고 행복하고 성공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세 번째 현대 사회는 과학의 발달과 다양한 창의적인 사고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치과 학문을 기본으로 하거나 아니면 각자의 재능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 현재 치과의사 출신으로 기업가, 정치가, 문화예술인 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내가 치과의사가 되던 시절에는 치과와 관련된 사업은 매우 한정되어 있었고 그 규모도 매우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치과 관련 사업과 치과를 platform으로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무궁무진하고 그 규모도 거의 대기업 수준을 따라가고 있다. 그러므로 치과 대학을 입학할 정도의 인재들이라면 새로운 Blue Ocean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위 경영학, 경제학, 회계학 등 경영에 관련된 지식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나로서도 내가 대학 시절 그러한 다양한 인문학과 경제 관련 학문을 배웠다면 훨씬 다양한 인생을 지내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기 위한 목표 설정이 아니다. 인생은 유한하고 우리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 무한한데 그 무한 능력을 제대로 써보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절망적이라는 것을 경험한 의료인으로서 제안하는 것이다.


이제 치과대학에서 이런 교육을 시켜야 한다. 만약 치과대학에서 이런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없다면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라도 미래를 풍요롭고 가치 있게 지내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요즈음에는 TED, Youtube 등 다양한 온라인 강좌를 통해서 많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대이므로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많은 훌륭한 강사들을 만날 수 있다. 만약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후배들을 위해 그런 코스를 만들 것이며 후배들이 의료인으로서의 삶도 행복하고 병원도 성공하도록 노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