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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홀에 선 첼리스트 美 치의가 된 사연

경희음대, 맨해튼음대 거쳐 유펜치대 졸업한 윤종순 원장
첼로 레슨, 밤샘 공부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 상장 수여
클래식 가득한 ‘심포니 덴탈’ 치과 운영 “건강한 미소 주고파”

미국 LA, 야구팬들의 성지라 불리는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Symphony Dental이라는 독특한 상호명이 눈에 들어온다. 항상 클래식 선율로 가득한 이 곳에는 첼리스트이자 치과의사인 윤종순 원장(51)의 독특한 개성이 가득하다.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첼로를 접한 그는 지역 콩쿠르에서 다수 수상하며 일찌감치 첼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알렸다. 그런 그에게 음대 진학은 당연했고, 경희대음대를 거쳐 맨해튼음대에 진학했다.


맨해튼에서도 교내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 자리를 꿰차며 두각을 보이던 그에게 석사과정을 마칠 무렵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카네기홀에서의 데뷔 무대. 신예 음악인의 등용문격인 International Artist's Competition에 출전, 입상 특전으로 카네기 홀에서 독주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현실과 마주하다
하지만 첼리스트로서의 길은 길지 않았다. 동 대학원에 다니던 아내 줄리 윤(48) 씨와 결혼하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생긴 것이다. 아울러 내과의사인 아버지를 보며 자라난 환자에 대한 소명의식은 그를 의사의 길로 이끌었다.


첼리스트로서의 이력은 치과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주된 이유였다. 그는 “아무래도 첼로를 연주했던 것처럼 손을 제일 많이 쓰는 치과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심 후 그는 바쁘게 움직였다. 우선, 치대 진학을 위해선 필수과목 이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인근 대학에 편입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듣고 저녁엔 돈을 벌기 위해 첼로레슨을 병행했다. 귀가 후에는 새벽까지 입시 공부를 했다.


습관은 오래간다. 그는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치대 입학 후에도 한동안 첼로를 메고 집을 나섰다. 오랜 시간 자신의 등에 붙어있던 첼로라 가벼운 책가방을 메는 게 적응이 안됐기 때문이다.


책가방보다 첼로가방이 익숙했던 그에게 치대 공부는 많은 노력과 고생을 요구했다. 어렵고 많은 공부량 때문에 밤을 새는 건 다반사. 그런 가운데 입학한지 몇 달 지나지 않는 1학년 때 첫 딸이 생겼다. 학교 학생들은 그에게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란 상장을 제작해 수여했다.

 

세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그는 ‘건강한 미소를 위한 하모니’를 슬로건으로 심포니 덴탈을 운영 중이다. 환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바로 앞 건물에 2호점도 오픈했다. 그는 “하루 종일 치료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시간 날 때마다 첼로를 연주하곤 한다”며 “제 인생에 늘 함께하는 첼로와 기회가 닿는 대로 음악과 의료로 봉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